PART 300485
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30

자료 04850502

0485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812 21:00
21:00
요즘 주간 소식지 부고란이 한 단으로 줄었습니다. 재작년엔 두 면이었는데요
21:08
저도 오늘 접다가 알았습니다. 부고란이 얇아진 걸 좋아해도 되는 건지, 접으면서 잠깐 서 있었습니다
21:15
좋아해도 됩니다. 얇아진 종이는 얇아진 종이입니다
21:23
지난달엔 저희 동 부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통장 어른이 그건 몇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21:31
그 말씀 받아 적겠습니다. 얇아진 종이는 얇아진 종이다
21:31
소식지 얘기 나온 김에, 뒷면 모임 안내란은 두 단으로 늘었습니다. 바느질 모임, 장기 모임, 애들 글방. 부고란 줄고 모임란 늘고, 그게 요즘 소식지입니다
21:38
그 관찰이 오늘 제일 좋은 답글입니다. 다들 평안한 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0486

방송 주간 편성 대장 · 발췌
Day 815 17:00
주간 편성 (변경분)
화요일 20:00주간 집계 안내폐지
대체 편성생활 정보 안내
· 폐지 사유 칸: 공란.

0487

반복치료 연차 등록 대장 · 발췌
Day 818 10:00
연차 등록
등록6,842
수령 주기7일 유지
· 금년부터 직무 필수 구분 칸 폐지. 전 등록자 동일 보장.

0488

보존망 전국 대조 실시 공고
Day 822 09:00
보존망 전국 대조 실시
1. 보존망 보관물과 지역 명단의 대조를 실시한다. 2. 명단 보유 지역은 사본 제출에 협조한다. 3. 결과는 권역 단위로 취합한다.

0489

인터뷰
Day 826
증언대상 Day 826 11:00
대조 작업을 여쭙겠습니다.
한지연
보관물 목록하고 지역 명단을 한 줄씩 맞춰요. 이 지역에서 온 게 있다, 없다. 그걸 권역 단위로 적어요. 온종일 줄을 맞추는 일이에요.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한지연
명단요. 명단이 있는 지역만 셀 수 있어요. 명단이 안 온 데는, 있다 없다가 아니라 칸 자체를 못 만들어요. 처음엔 그게 답답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런 거예요. 세는 일은 셀 수 있는 것만 세는 일이에요.
확정할 수 없는 칸은 어떻게 적습니까.
한지연
지역이 있는 건 확인되는데 채취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면, 모른다고 적어요. 대문자로요. 지어내서 채우는 것보다 모른다가 정확하니까요.
이 일을 오래 하셨습니다.
한지연
십사 년요. 재난 전부터 치면요. 탱크 옆에서 십사 년.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그때, 당신한테는 어떻게 보였습니까.
한지연
(사이) 그때라면 언제요.
처음이요.
한지연
(사이) 좁아 보였어요. 제 탱크 몇 개. 잔량계 몇 개. 목요일 충전차. 세상이 무너진다는데 저한테는 그게 다였어요. 그게 부끄러웠던 적도 있어요. 더 큰 걸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한지연
무섭기도 했어요. 그건 말해 둘게요. 안 무서웠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근데 무서움이 잔량계 앞에서는 할 일이 없어요. 재고 적는 손은 무서워도 똑같이 움직이니까요. 그래서 계속 쟀어요. 그게 다예요.
지금은요.
한지연
지금 보니까, 다들 그랬더라고요. 다들 자기 몇 개를 봤어요. 자기 밸브, 자기 장부, 자기 노선. 그 몇 개씩이 이어져서 지금이 있는 거고요. 넓게 본 사람은 없었어요. 넓게는… 넓게는 아마 기록만 봤을 거예요. 기록하시는 분요. 그쪽 일이 그거잖아요. 좁은 것들을 모아서 넓게 만드는 거.
탱크 옆의 십사 년 중에 기억나는 날이 있습니까.
한지연
목요일들요. 특정한 날이 아니라 목요일이라는 요일 전체요. 차가 오는 날. 차가 안 온 목요일들도 있었고요. 그 겨울엔 스무 날을 셌어요. 지금은 목요일이 그냥 목요일이에요. 요일이 요일로 돌아오는 데 십사 년 걸린 거죠.
대조가 끝나면 무엇을 하실 겁니까.
한지연
다음 대조요. 이건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명단은 늘고, 보관물은 그대로고, 맞춰 볼 게 계속 생겨요. 저는 계속 맞춰 볼 거예요. 그게 지키는 일의 뒷면이에요. 지키기만 하고 안 세면, 뭘 지켰는지 모르게 되니까요.

0490

보존망 지역 대조표 · 권역 취합분
Day 830 17:00
지역 대조 (권역 취합)
가 권역represented
나 권역represented
다 권역absent
라 권역UNKNOWN
마 권역represented
· UNKNOWN: 지역 존재 확인 · 채취 여부 확정 불가. 명단 미제출 지역은 취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

0491

개인 음성기록
Day 833 14:20
(녹음 시작. 실내. 낮은 기계음)
윤재경
탱크홀 가운데 통로에 서 있다. 탱크가 줄지어 있다. 사진 한 장.
윤재경
대조표를 받아 파일에 넣었다. 넣으면서 알았다. 이 표가 하는 일을 나는 안다. 있는 것을 적고, 없는 것을 적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일. 삼십 개월 동안 내가 한 일과 같은 동작이다.
윤재경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나는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적을 수라도 있었다. 이 표는 명단이 없는 곳에는 칸을 만들지 못한다. 칸이 없는 자리는 표에서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적을 방법은 나에게도 없다.
윤재경
통로 끝까지 걸었다가 돌아왔다. 증기가 발목 높이에서 흩어진다. 차가운 방인데, 지켜지고 있는 방이다.
(녹음 종료)
탱크홀. 줄지어 선 보존 탱크와 바닥의 낮은 증기.
통합 보존고 · Day 833

0492

공영방송 저녁 단신
Day 837 19:00
(정시 안내음)
진행자
짧은 소식입니다. 권역 연구소가 임신 초기 예방 절차의 검증 결과 일부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발표에 따르면 제한된 조건에서 면역 관용 유도에 성공했으며,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연구소는 상세 내용을 검증 종료 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0493

개인 음성기록
Day 840 22:00
(녹음 시작. 실내)
윤재경
그저께 저녁 단신을 세 번 받아 적었다. 임신 초기. 제한된 조건. 면역 관용. 추가 검증. 스물아홉 글자짜리 문장 몇 개.
윤재경
이 단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는 사람을 수소문했지만 다들 검증이 끝나야 안다고 했다. 모른다고 적는다. 모른다고 적어 두면, 나중에 아는 날이 왔을 때 오늘이 어떤 날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윤재경
그날이 오면 이 페이지로 돌아올 것이다. 그것까지 적어 둔다.
윤재경
삼십 개월 동안 모른다고 적은 것들의 목록이 꽤 길다. 그 목록에서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몇 줄 안 된다. 대부분은 모르는 채로 남았다. 오늘 한 줄이 더해졌다. 이 줄이 어느 쪽이 될지는, 역시 모른다.
(녹음 종료)

0494

검증 협력 안내
Day 845 09:00
검증 협력 안내
1. 연구 검증에 필요한 검체·명단 협조 절차를 안내한다. 2. 협조는 자율로 하며, 신원은 분리 관리한다. 3. 문의는 보건 창구에서 받는다.

0495

인터뷰
Day 850
증언대상 Day 850 10:00
기록소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담당
서고 네 동요. 도면고 하나, 행정문서고 하나, 민간기록고 하나, 그리고 새로 비운 한 동. 새 동은 들어올 것이 정해져 있어요. 재난기 수집 기록들요. 지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들을 한 지붕으로 모아요.
왜 모읍니까.
담당
종이가 오래 살려면 종이끼리 모여 살아야 해요. 흩어진 종이는 한 장씩 죽어요. 습도 다른 데서, 불 나는 데서, 잊히는 데서. 모여 있으면 지키는 사람이 붙고, 지키는 사람이 붙으면 백 년을 가요.
백 년 뒤에 누가 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담당
모르죠. 근데 서고를 지어 놓으면 읽는 사람이 생겨요. 순서가 그래요. 읽을 사람이 있어서 짓는 게 아니라, 지어 놓으면 읽으러 와요. 도서관이 다 그렇게 시작했대요.
수집 기록이 들어오면 어떻게 됩니까.
담당
번호 그대로 꽂아요. 모은 분 순서를 안 바꿔요. 그 순서 자체가 기록이니까요. 저희는 습도만 지켜요. 늘 하는 말인데, 이 일은 습도 지키는 일이에요. 나머지는 종이가 알아서 해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담당
수집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만요. 언제든 끝내셔도 됩니다. 수집은 끝나는 날이 있는 일이에요. 보존은 끝나는 날이 없는 일이고요. 끝나는 일을 하신 분들이 있어야 안 끝나는 일이 시작돼요. 서가는 비워 놨습니다.

0496

기록소 이관 대장
Day 855 17:00
이관 (신규 서고)
행정문서상자 214
민간 기록상자 96
수집 기록상자 예정 (수집 종료 후)
· 서가 배정: 신규 동 1~4열.

0497

인터뷰
Day 860
증언대상 Day 860 14:00
지금 하시는 작업을 여쭙겠습니다.
작업자
옛 도심 고층부요. 쓸 만한 걸 걷어 내려요. 배선, 배관, 창틀, 모터. 위에서부터 걷어서 내려오는 중이에요. 저 건물은 이제 삼분의 일 남았어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걷습니까.
작업자
목록이 있어요. 걷는 것 목록. 목록에 없으면 남겨요. 남긴다는 게 버린다는 뜻이 아니에요. 거기 그대로 있는 거예요. 필요해지면 또 오고요. 도시가 창고가 된 거죠. 큰 창고요.
작업하며 드는 생각이 있습니까.
작업자
처음엔 이상했어요. 사람 살던 데를 걷는 게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이 배선이 여기 천장에 있으면 백 년 가도 아무도 안 써요. 걷어서 내려가면 다음 주에 어느 양수장에서 일해요. 물건은 일할 때 사는 거예요. 저는 물건을 다시 일하게 하는 사람이고요.
작업 중에 발견하는 것들이 있습니까.
작업자
있죠. 책상 서랍, 사진, 수첩. 그런 건 목록 밖이에요. 걷지도 버리지도 않아요. 상자에 담아서 층 표시 해서 기록소로 보내요. 기록소에 민간기록고라고 있대요. 언젠가 주인 쪽 사람이 찾으러 올 수도 있고, 안 와도 거기 있는 거고요. 물건은 일하게 하고, 종이는 기다리게 하고. 저희 작업 원칙이 그 두 줄이에요.

0498

도시 구역 대장 · 발췌
Day 865 10:00
구역 (현행)
기계거점4
기록소1
회수 구역2 (진행 중)
생활권3
· 생활권 외 구역은 상주 없음.

0499

개인 음성기록
Day 870 18:30
(녹음 시작. 실외. 바람)
윤재경
언덕에 올라왔다. 저녁 도시를 본다. 사진 한 장.
윤재경
삼십 개월 전에 이 도시의 방송국에서 개표방송이 열렸다. 그 밤에 나는 야근을 했다. 그때의 도시와 지금의 도시는 같은 자리에 있고, 같은 것이 아니다.
윤재경
폐허가 아니다. 무너진 것은 치워졌거나 창고가 되었다. 옛 도시도 아니다. 돌아온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자리를 잡았다. 낮은 데는 불이 켜져 있고, 높은 데는 꺼져 있고, 거점들은 제 리듬으로 돌아간다.
윤재경
이 도시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름 짓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내 일은 오늘 이 불빛의 배치를 적어 두는 것이다. 적었다.
윤재경
내려가는 길에 생활권 골목을 지났다. 저녁 짓는 냄새. 아이 뛰는 소리. 어느 집 마당에서 모터 도는 소리. 세 소리가 한 골목에 있었다. 그것도 적어 둔다.
(녹음 종료)
언덕에서 본 저녁 도시. 낮은 생활권의 불빛, 어두운 거점들, 불 꺼진 고층부.
도시 외곽 언덕 · Day 870

0500

인터뷰
Day 878
증언대상 Day 878 11:00
이 건물을 관리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관리인
사 년째요. 재난 전엔 여기 시설과에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 건물이 방송국이던 때부터 창고인 지금까지 쭉 있는 거예요. 건물은 그대론데 하는 일이 바뀌었죠. 저처럼요.
지금 건물은 어떻게 쓰입니까.
관리인
부품 창고요. 스튜디오가 층고가 높아서 선반 놓기가 좋아요. 방음도 되니까 야간 작업해도 민원 없고. 지하 주조정실엔 정밀 부품을 놔요. 항온항습이 아직 살아 있거든요. 방송하던 설비가 부품을 지키는 거죠.
그날 이 건물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관리인
그날요? 개표방송 하던 날요? (웃음) 다들 그걸 물어봐요. 저는 그날 야근이었어요. 스튜디오에 조명 하나가 자꾸 떨어져서, 밤새 사다리 타고 오르내렸어요. 역사적인 밤이라는데 저는 조명 나사만 기억나요.
그 조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관리인
지금 제 사무실에 달려 있어요. 건물 정리할 때 챙겼어요. 잘 붙어 있어요. 그때 제가 나사를 잘 조였거든요. (웃음) 뭐라도 하나는 그날에서 지금까지 그대로 일하고 있는 게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건물의 앞날은 어떻게 됩니까.
관리인
창고로는 계속 쓸 거래요. 튼튼하고 자리가 좋아서요. 저는 여기가 창고인 게 싫지 않아요. 방송이라는 게 결국 여기서 만든 걸 사방으로 보내는 일이었잖아요. 지금도 여기서 부품이 사방으로 나가요. 보내는 건물이라는 건 안 변한 거예요. 보내는 게 전파에서 부품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0501

수집 대장 · 발췌
Day 885 17:00
수집 (누계)
등록501건
기간30개월
보존 구분전문 · 부분 · 소실 병존
상태계속

0502

개인 수첩 · 마지막 장
Day 897 21:00
Month 30. 오늘 특별한 일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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