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26
자료 0413 – 0430
0413
징발·등록 자산 반환 절차 공고
Day 546 09:00
징발·등록 자산 반환 절차 공고
1. 비상기에 등록·편입된 자산의 반환 신청을 받는다.
2. 신청 시 등록증 원본 또는 사본을 지참한다.
3. 소재 확인 후 반환·대체 보상·불능 판정 중 하나로 회신한다.
0414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548 20:00
20:00
서랍 정리하다가 차량 등록증을 찾았습니다. 그때 창구에서 받은 종이요. 이게 이제 쓸모가 생겼다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20:08
저희는 코팅해 뒀습니다.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종이는 남는 놈이 이긴다고
20:15
맞는 말씀이네요. 저는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집을 뒤지는 중입니다
20:23
등록증 보니까 그날 창구 줄이 생각납니다. 그 줄에 같이 섰던 분들, 다들 무사히 계신지요
20:31
그 얘긴 하지 맙시다. 오늘은 종이 얘기만 합시다
20:38
그러지요. 죄송합니다. 종이 얘기만요
0415
반환 신청 접수 대장 · 발췌
Day 551 10:00
반환 신청 접수 (첫 주)
| 접수 합계 | 214 |
| 차량 | 128 |
| 설비 | 61 |
| 건물·부지 | 25 |
· 처리 기한: 기재 없음.
0416
인터뷰
Day 554
증언대상 Day 554 11:00
—
오늘 창구에 다녀오셨습니까.
오미영
갔다 왔어. 등록증 내고, 번호 불러 주고. 회사 차들 중에 트레일러 한 대. 내가 몰던 애야. 번호를 아직 외워.
—
어떤 차였습니까.
오미영
열두 해 된 애였는데 소리가 좋았어. 오르막에서 안 보채고. 회사 넘어갈 때 걔도 넘어갔지.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어. 다들 내놓을 때니까.
—
창구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오미영
찾아본대. 이력이 대장에 다 있대. 일주일 걸린다더니 사흘 만에 전화가 왔어.
—
결과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오미영
분해됐대. 재작년에. 부품으로 나눠서, 굴러가는 쪽은 양수장에 들어갔대. 제3 양수장. 지금도 거기서 돌고 있대.
—
들으시고 어떠셨습니까.
오미영
뭐가 어때. 얘가 물 올리고 있네요, 그랬지. 그럼 됐어. 차는 서 있으면 죽어. 도는 게 사는 거야. 살아 있는 데를 알았으니까 된 거지.
—
보상 절차를 밟으실 겁니까.
오미영
서류는 냈어. 주면 받고. 근데 내가 알고 싶었던 건 돈이 아니고 걔 소재야. 그건 알았고.
—
회사의 다른 차들은 어떻습니까.
오미영
여섯 대 있었지. 두 대는 아직 노선에서 뛰고 있대. 번호 대 보니까 내가 아는 애들이야. 한 대는 폐차. 나머지는 조회 중. 뛰고 있는 애들은 반환 신청 안 했어. 뛰는 차를 왜 세워. 지금 그 차들이 하는 일이 그때 우리 회사가 하던 일보다 급한 일인데.
—
운전은 계속하고 계십니까.
오미영
하지. 회수 노선.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와. 내 등록 차는 내 명의니까 반환이고 뭐고 할 것도 없고. 걔는 그냥 내 차야. 처음부터 끝까지.
—
결정 과정에 대해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오미영
누가 그랬는지? (사이) 몰라. 그건 창구도 모른대. 종이에 이름이 없대. 이름 없는 종이가 차 한 대를 나눈 거지. 궁금하냐고 물으면… 나는 차 있는 데만 알면 돼. 이름 찾는 건 기록하는 양반들 일이고.
0417
차량 이력 대장 · 발췌
Day 554 15:00
차량 이력 (트레일러 1)
| 41일 | 등록 · 회사 명의 → 권역 배차 편입 | |
| 88일 | 남부 노선 배차 | |
| 6개월째 | 회수 노선 전속 | |
| 11개월째 | 처분 결정 · 분해 · 부품 전용 | 승인 서명: — |
| 11개월째 | 구동 계열 → 제3 양수장 · 유압 계열 → 정비 재고 | |
· 서명란은 양식에 있음. 기재 없음. 결정 로그 이관 기록 없음.
0418
비상 자격 재심 접수 공고
Day 557 09:00
비상 자격 인정 재심 접수 공고
1. 비상기에 인정된 자격에 대한 무효 주장을 접수한다.
2. 접수와 무관하게 현행 자격의 효력은 심사 종료까지 유지된다.
3. 심사는 청문 절차에 따른다.
0419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559 21:30
21:30
재심 공고 보셨습니까. 저는 그 자격으로 삼 년째 현장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와서 무효라니요
21:38
무효 주장하는 쪽 사정도 들어 봤습니다. 정식 과정 밟다가 그 시기에 다 잃은 분들이에요. 자기 순서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겁니다
21:46
빼앗은 게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선 겁니다. 그때 그 자리에 서 보셨으면 그런 말씀 못 하실 겁니다
21:54
두 분 다 맞는 말이라서 이 스레드가 힘든 겁니다. 그때는 세울 사람이 필요했고, 지금은 물을 시간이 생긴 거고요
22:02
저는 아직 남편 일도 정리 못 했는데 자격 서류 보완하라는 통지가 왔습니다. 슬퍼할 차례하고 서류 낼 차례가 같이 왔어요. 어느 줄부터 서야 합니까
22:10
그 질문에는 답을 못 하겠습니다. 두 줄 다 늦지 않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22:18
저는 재심 대상도 아니고 청구인도 아닌데 이 스레드를 매일 봅니다. 왜 보는지 모르겠어서 오늘 알았습니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지금 정리하는 중이라서요. 이건 남 일이 아니라 그냥 그 시절 전체의 일입니다
22:26
맞습니다. 그래서 험한 말 없이 갑시다. 정리는 오래 걸리는 일이니까요
0420
인터뷰
Day 563
증언대상 Day 563 14:00
—
창구에 어떤 분들이 오십니까.
담당
두 부류요. 자격을 지키러 오는 분들하고, 되물으러 오는 분들. 이상한 건, 두 부류가 창구 앞에서는 구분이 안 돼요. 다들 서류 봉투를 꼭 쥐고, 다들 조금 화가 나 있고, 다들 조금 지쳐 있어요.
—
접수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하십니까.
담당
기준 없어요. 다 받아요. 접수는 판단이 아니에요. 저는 도장만 찍어요. 접수인. 그 도장이 요즘 제일 무거운 도장이에요. 이 종이가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겪을지 아니까요.
—
힘든 순간이 있습니까.
담당
서로 아는 두 분이 같은 날 오신 적 있어요. 한 분은 지키러, 한 분은 되물으러. 창구 앞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잘 지냈냐고. 애는 컸냐고. 그러고 각자 서류 내고 각자 가셨어요. 저는 그날 퇴근하고 오래 걸었어요.
—
접수된 서류는 그 뒤에 어떻게 됩니까.
담당
심의 쪽으로 넘어가요. 심의가 밀려 있어서, 지금 내면 청문까지 몇 달이에요. 저는 접수증에 그 말을 꼭 붙여요. 오래 걸립니다, 하고.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안심하는 분들이 있어요. 당장 결판나는 게 무서운 분들요. 양쪽 다요.
0421
이주 명령 손해배상 접수 대장 · 발췌
Day 566 17:00
배상 접수 (이주 명령 관련)
| 접수 합계 | 122 | |
| 사유 상용구 | "이전 통지에 최종 정착이라는 문구가 있었음" | 97건 |
| 기타 사유 | 25건 | |
· 상용구는 접수 창구에서 안내한 표준 문안.
0422
대의기관 재구성 일정 공고
Day 570 09:00
대의기관 재구성 일정 공고
1. 비상 공고 체계로 운영되어 온 사항의 이관을 시작한다.
2. 재구성은 명부 정비, 구역 획정, 선출의 세 단계로 진행한다.
3. 각 단계의 일정은 단계 개시 시 공고한다.
0423
개인 음성기록
Day 573 15:40
(녹음 시작. 실내. 멀리 번호 부르는 소리)
윤재경
반환 창구 복도. 긴 의자에 앉아 오후를 보냈다. 사진 한 장.
윤재경
봉투를 든 사람들이 번호를 기다린다. 봉투 속은 대개 종이 한 장이다. 그 종이를 삼 년 만에 꺼낸 사람들이다.
윤재경
옆자리 사람이 봉투를 두 번 열어 봤다. 종이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손이었다. 종이는 그대로 있다. 그대로 있는 종이를 들고, 그대로 있지 않은 것들을 물으러 온 것이다.
윤재경
번호가 불리면 사람들이 일어난다. 일어나는 속도가 다 다르다. 빨리 일어나는 사람과 한 박자 늦게 일어나는 사람. 늦는 박자는 다리 때문이 아니다. 창구 앞에서 무슨 답을 들을지 몰라서다.
(녹음 종료)

0424
행정 인력 배정표 · 발췌
Day 577 09:00
인력 배정 (발췌)
| 심의 지원 전속 | 9 |
| 설비 행정 전속 | 14 |
| 공용 | 23 |
· 공용 인원은 월·화 심의, 수·목·금 설비.
증원 요청 2건 계류.
0425
공급 지역 목록 개정 공고
Day 581 09:00
공급 지역 목록 개정
1. 권역 공급 지역 목록을 개정한다.
2. 개정 목록은 별지와 같다. 1개 지역이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3. 제외 지역의 잔여 물량은 인접 지역이 승계한다.
0426
자격 재심 청문 · 방청석 녹취
Day 584 14:00
01:12:30
파일 손상 · 복구 가능 22:10~40:05
파일 손상 · 복구 가능 22:10~40:05
(복구 구간 시작. 실내. 종이 넘기는 소리)
발언 1
…당시 인정 절차에 심사가 없었다는 점은 다투지 않습니다. 심사할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여쭙는 것은, 그 부재가 삼 년 지난 지금 자격의 흠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발언 2
흠이라는 말은 쓰지 않겠습니다. 저는 제 순서를 묻는 겁니다. 저는 그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밟다가 멈춘 게 제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방청석 기침 소리)
발언 1
멈춘 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발언 2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저분의 삼 년을 지우자는 게 아닙니다. 저분이 그 자리에서 하신 일을 압니다. 저는 다만 제 멈춘 시간도 어딘가에 적히기를 바라는 겁니다. 지금 기록에는 저분의 삼 년만 있고 제 삼 년은 없습니다.
발언 1
…그 말씀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답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씀이 맞아서요.
(방청석이 조용해지는 사이)
진행
양측 다 사실관계에는 다툼이 없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다음 기일에…
(방청석에서 누군가 일어서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방청
(낮게) 둘 다 맞는 말이면 어떡하자는 거야.
(복구 구간 종료)
0427
인터뷰
Day 588
증언대상 Day 588 10:00
—
요즘 일과를 여쭙겠습니다.
직원
월요일 화요일은 청문 준비를 해요. 기록 찾고, 당사자 연락하고. 수요일부터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요. 설비 서류요. 부품 청구, 정비 일정. 머리를 두 개 쓰는 기분이에요.
—
두 일이 부딪칩니까.
직원
시간이 부딪쳐요. 청문 기록을 찾다 보면 설비 서류가 밀리고, 설비가 급하면 청문 기일이 밀려요. 둘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스물셋뿐이라서요.
—
그때 여기서는 무엇이 끊겼습니까.
직원
(사이) 그 질문은 처음 받아 보네요. 다들 누가 결정했냐고 묻지, 뭐가 끊겼냐고는 안 물어서요. (사이) 기록이 끊겼어요. 결정은 있었는데 결정을 적는 손이 없었어요. 적는 사람들이 그때 심의 지원 같은 데로 다 차출됐거든요. 지금 저처럼요.
—
지금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직원
저 지금 두 자리에서 일하잖아요. 제가 이 자리에서 못 적는 게 뭔지, 그건 삼 년 뒤에나 알겠죠. 그게 제일 정직한 대답이에요.
—
청문 준비를 하시면서 그때의 기록들을 보십니까.
직원
매일요. 그때 서류들은 글씨부터 달라요. 급한 글씨예요. 칸을 건너뛰고, 서명이 빠지고, 날짜가 뒤에 몰아서 적혀 있고. 처음엔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글씨를 보면… 그 손이 하루에 몇 장을 적었을까부터 생각해요. 빈 서명란은 게으름이 아니에요. 그날 그 손이 더 급한 종이를 잡고 있었다는 표시예요.
—
그 빈 칸들이 지금 청문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직원
네. 그게 이 일의 이상한 데예요. 그때 못 적은 것 때문에 지금 두 배로 적어요. 그때 서명 하나 빠진 자리에 지금 서류 스무 장이 붙어요. 기록은 빚이랑 같아서, 안 적으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자가 붙어요.
0428
반환 처리 결과 대장 · 발췌
Day 592 17:00
처리 결과 (Day 592 기준)
| 반환 | 12 |
| 대체 보상 | 41 |
| 소재 불명 | 7 |
| 처리 중 | 154 |
· 소재 불명 행 비고: 없음.
0429
반환 불능 자산 보상 기준 공고
Day 596 09:00
반환 불능 자산 보상 기준
1. 반환 불능 자산은 등록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보상을 산정한다.
2. 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산정을 신청할 수 있다.
3. 소재 불명 자산은 추가 조사 종료 후 불능으로 전환한다.
0430
개인 음성기록
Day 599 18:40
(녹음 시작. 실외. 물 흐르는 소리)
윤재경
제3 양수장 앞이다. 안에서 낮게 도는 소리가 난다. 트레일러 한 대의 구동 계열이 이 안 어딘가에서 돌고 있다. 사진 한 장.
윤재경
복도에서 하루 종일 본 것을 적는다. 봉투를 든 손들. 봉투 속 종이는 두 종류였다. 삼 년 전에 받은 등록증과, 삼 년 늦게 온 부고. 같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윤재경
창구가 답할 수 있는 종이와 답할 수 없는 종이가 있다. 오늘 양수장은 돌고 있고, 그것은 답이 된 쪽이다.
윤재경
돌아가면 이번 취재 서류를 정리한다. 서명란이 빈 대장 사본은 따로 접어 둔다. 이름 찾는 건 기록하는 사람들 일이라고 했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 접어 두는 것까지는 오늘 할 수 있다.
윤재경
물소리를 조금 더 듣다가 간다.
(녹음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