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25
자료 0395 – 0412
0395
반복치료 정기 수령 안내
Day 540 09:00
반복치료 정기 수령 안내
1. 수령은 지정 요일에 지정 창구에서 한다.
2. 본인 확인 후 수령하며, 대리 수령은 사전 등록에 따른다.
3. 수령 창구는 권역 내 7곳을 유지한다.
0396
권역 수령 대장 · 발췌
Day 542 17:00
주간 수령 인원 (발췌)
| 536~542일 | 3,214 |
| 543~549일 | 3,211 |
| 550~556일 | 3,208 |
· 비고란 없음.
0397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545 21:00
21:00
오늘 시장에서 성인 남자분을 봤습니다. 낯선 일이 된 지 오래라 저도 모르게 쳐다봤네요
21:08
초기엔 저 사람 아직 살아 있네, 그 생각부터 들었는데요. 요즘은 다른 생각이 먼저 듭니다
21:15
어느 기관 소속이에요, 그 생각요? 저도 그렇습니다
21:23
네. 살아 있다는 게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 됐으니까요
21:31
저희 동 수령 창구 앞을 지나면 화요일마다 줄이 섭니다. 조용한 줄입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받아서 갑니다
21:40
그 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배급 줄도 아니고, 병원 줄도 아니고
21:47
그냥 화요일 줄이라고 부릅시다. 이름이 무거우면 줄 선 사람이 무거워집니다
0398
인터뷰
Day 548
증언대상 Day 548 14:00
—
근황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요즘 제 일은 옆에 서 있는 거예요. 후임 둘이 다 해요. 저보다 잘해요. 진심으로요. 제가 삼 년 걸려 배운 감을 걔들은 일 년 반에 잡았어요. 배우는 걸 배운 세대라 그런가.
—
공정 이전은 언제 끝났습니까.
대상자
서류상으로는 석 달 전요. 기계 쪽에도 다 들어갔대요. 제 손버릇까지 수치로 들어갔다니까, 이제 제 일은 종이에도 있고 기계에도 있고 사람 둘한테도 있어요. 저한테만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
치료는 계속 받고 계십니까.
대상자
네. 그게 이상해서 담당자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이젠 제가 없어도 된다는데요.
—
네.
대상자
그런데 왜 약이 계속 옵니까. 그렇게 물었어요. 대답이 뭐였는 줄 아세요. 보장된 치료니까요. 그 한마디였어요. 서류 넘기면서,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얼굴로요.
—
그 대답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대상자
집에 가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쓸모가 끝났는데 계속 온다. 그러면 이건 쓸모 값이 아니었구나. 처음부터 약속 값이었구나. 그걸 그날 알았어요. 삼 년 만에요.
—
지금의 하루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옆에 서 있다가, 질문 받으면 대답하고. 화요일에 약 받고. 주말엔 후임 하나가 자꾸 밥을 사요. 배운 값이래요. 얻어먹는 게 일이 됐어요. (웃음) 나쁘지 않아요. 오래 못 볼 줄 알았던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하루가 다 덤이에요.
0399
기록 제공자 보호 지침 · 재고시
Day 552 09:00
기록 제공자 보호 지침 재고시
1. 초기 기록 수집에 협력한 제공자에 대한 보호 조항은 계속 유지된다.
2. 보호에는 신원 관리, 치료 보장, 배분 우선 유지가 포함된다.
3. 본 지침은 종료 일자를 두지 않는다.
0400
인터뷰
Day 555
증언대상 Day 555 10:00
—
담당하시는 일을 여쭙겠습니다.
담당
명단 관리요. 초기에 기록을 내주신 분들 명단. 그분들 보호 조항이 실제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게 제 일이에요. 약이 제날짜에 가는지, 신원이 새지 않는지.
—
지금도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담당
지켜지고 있어요. 제가 지키고 있으니까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대장을 보시면 돼요. 한 분도 안 빠졌어요.
—
왜 지킵니까. 초기의 급한 시기는 지났는데요.
담당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약속이었으니까요. 그때 그분들이 내준 게 뭔지 아셔야 해요. 자기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기 일터가 어떻게 죽어 갔는지, 그걸 남 앞에서 말한 거예요. 그 값은 치러야죠.
—
다른 하나는요.
담당
다음 사람요. 앞으로도 누군가는 뭔가를 말해 줘야 해요. 다음 재난에도, 다음 겨울에도. 그때 그 사람이 우리를 믿으려면, 지난 약속이 지켜진 걸 봐야 해요. 약속은 지켜질 때만 다음 약속의 담보가 돼요. 저는 그 담보를 관리하는 사람이고요.
—
두 이유 중 어느 쪽이 큽니까.
담당
날마다 달라요. 어떤 날은 도리라서 지키고, 어떤 날은 계산이라서 지켜요. 지켜지는 쪽에서는 같은 거예요. 받는 분 입장에선 약이 왔느냐 안 왔느냐지, 왜 왔느냐가 아니니까요.
0401
개인 음성기록
Day 558 11:20
(녹음 시작. 실외. 시장 소음)
윤재경
창구 뒷골목에 보냉 상자 손수레가 서 있다. 화요일이다. 사진 한 장.
윤재경
오는 길에 남자를 두 명 지나쳤다. 지나치고 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확인했다. 살아 있네가 아니었다. 어디 소속일까였다. 나도 바뀌었다. 바뀐 것을 적어 둔다.
윤재경
생각 하나를 더 적는다. 소속을 떠올린다는 건, 그 사람 뒤의 줄을 본다는 것이다. 상자와 손수레와 화요일과 창구. 사람 하나에 줄이 하나씩 달려 있다.
(녹음 종료)

0402
인터뷰
Day 562
증언대상 Day 562 15:00
—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혜원
그러네예. 그때는 제가 말끝마다 죄송하다 캤는데. 요새는 그 말을 잘 안 씁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고예.
—
지금 맡고 계신 일을 여쭙겠습니다.
정혜원
반장 열일곱 달째고예, 작년부터는 옆 반까지 봅니다. 옆 반 반장이 새로 서서, 제가 서던 거 그대로 서 주는 깁니다. 누가 저한테 해 준 거를 돌려주는 거라예.
—
하루가 어떻게 갑니까.
정혜원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아버지 약 챙기고, 할머니 아침 앉혀 드리고 나옵니다. 교대 마치면 장 보고 들어가서 저녁 하고. 야간 주간에는 낮에 두 분 점심을 미리 해 놓고 잡니다.
—
집에 두 분이 계시는군요.
정혜원
예. 아버지하고 외할머니. (사이) 아버지는 약이 옵니다. 화요일마다. 그 약이 오는 동안은 아버지가 계시는 거고예.
—
힘드시지 않습니까.
정혜원
(사이) 힘들다 카는 거는, 안 할 수도 있는 일에 쓰는 말 아입니까. 이거는 안 할 수가 없는 일이라서. 그냥 하는 깁니다. 그런 거를 물어봐 주는 사람이 오랜만이라 좀 이상하네예.
—
공장 이야기를 여쭙겠습니다. 반은 어떻습니까.
정혜원
잘 돕니다. 우리 반 여덟에 옆 반 일곱. 제일 어린 애가 스물둘인데, 걔가 벌써 후배를 갈칩니다. 제가 배울 때는 배우다 죽는 줄 알았는데, 요새 애들은 배우는 길이 닦여 있어예. 우리가 닦은 거라예. 그거는 자랑해도 되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정혜원
(사이) 없습니다. 아, 하나 있네예. 그때 저한테 반응기 갈쳐 준 그 어른요. 그 어른 이름이 기록에 남았는지 모르겠는데. 남았으면 됐고, 안 남았으면… 남았다 치입시다. 지가 기억하니까예.
0403
공정 교대 편성표 · 발췌
Day 565 08:00
교대 편성 (발췌)
| 1반 | 주간 | primary 2 · 보조 2 · 관찰 1 |
| 2반 | 야간 | primary 2 · 보조 2 · 관찰 1 |
| 3반 | 주간 | primary 2 · 보조 1 · 관찰 2 |
| 4반 | 비번 | — |
· 비고란 없음.
0404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568 22:00
22:00
야간 주간에 낮잠을 어떻게들 주무시나요. 저는 어머니 점심 차려 드리고 자면 세 시간이 최대입니다
22:08
저는 앞집하고 품앗이합니다. 제가 야간인 주엔 그 집이 저희 어머니 점심을 봐 주고, 반대 주엔 제가 그 집 아버님을 봅니다
22:15
그 방법 저희 골목도 씁니다. 교대표를 골목이 같이 봅니다. 이상한 시대지요. 남의 집 교대표를 외우고 삽니다
22:23
회사 탁아 신청하세요. 새벽 반 있는 거 모르는 분들 많습니다. 다섯 시부터 받아 줍니다
22:31
몰랐습니다. 내일 물어보겠습니다
22:40
다들 어떻게든 하고 계시네요. 어떻게든 하는 게 제일 큰 기술인 시대입니다
0405
가구 돌봄 지원 안내
Day 572 09:00
가구 돌봄 지원 안내
1. 교대 근무 가구에 새벽 탁아와 간병 방문을 지원한다.
2. 신청은 사업장 또는 읍면동 창구에서 받는다.
3. 지원 인력 사정에 따라 대기가 있을 수 있다.
0406
인터뷰
Day 576
증언대상 Day 576 14:00
—
지금 자리에서 하시는 일을 여쭙겠습니다.
선임
가르쳐요. 제일 오래 있었다는 이유로요. 삼 년 전엔 제가 제일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제일 오래됐어요. 중간이 없어요, 우리 라인은. 제일 몰랐던 사람이 그대로 제일 오래된 사람이 되는 거예요.
—
가르치는 일은 어떻습니까.
선임
가르치면서 알게 돼요, 내가 뭘 아는지. 손으로는 하는데 말로 안 되는 게 있어요. 그걸 말로 만드는 게 가르치는 일이에요. 말로 만들어 놓으면, 이제 그건 제가 없어도 남아요. 요즘 그 생각을 자주 해요. 남게 만드는 게 일이라는 생각.
—
배우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선임
빨라요. 그리고 안 미안해해요. 그게 제일 달라요. 우리 때는 배우는 게 미안했거든요. 누가 죽어서 난 자리에 서는 거였으니까. 요즘 애들은 그냥 자리에 서요. 미안함 없이 서는 자리를 우리가 만든 거면, 그건 잘한 거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선임
이름은 계속 빼 주세요. 저는 무명이 편해요. 라인은 이름 없이도 돌고, 저는 도는 쪽에 있고 싶어요.
0407
교대 인계 현장 녹취
Day 580 05:50
00:18:40
파일 손상 · 복구 가능 03:05~15:22
파일 손상 · 복구 가능 03:05~15:22
(복구 구간 시작. 제어실. 낮은 기계음)
교대 1
밤사이 특이 사항. 3호기 새벽 두 시 진동 잠깐 올라갔다가 자체 복귀. 값은 일지에.
교대 2
확인. 복귀 후 안정 폭은.
교대 1
정상 범위 안. 두 시간 지켜봤고 이상 없음.
교대 2
확인. 촉매 쪽은.
교대 1
교체 주기 사흘 남았고, 자재 입고 확인됨.
교대 2
확인. 인수한다.
교대 1
인계한다. 아, 그리고 탕비실에 미역국 남았어. 새로 온 애 생일이었어.
교대 2
(웃음) 확인. 그것도 인수한다.
(복구 구간 종료)
0408
반복치료 보장 대장 · 발췌
Day 584 17:00
보장 대장 (발췌)
| 구분 | 반복치료 · 정기 |
| 수령 주기 | 7일 |
| 보장 근거 | 보호 지침 제2항 |
| 종료 조건 | — |
· 종료 조건 칸은 양식에 있음. 기재 없음.
0409
치료 보장 유지 공고
Day 588 09:00
치료 보장 유지 공고
1. 반복치료 대상자의 보장은 직무·이전 여부와 무관하게 유지된다.
2. 수령 창구와 요일은 기존과 같다.
3. 문의는 지정 창구에서 받는다.
0410
인터뷰
Day 591
증언대상 Day 591 13:00
—
맡고 계신 노선을 여쭙겠습니다.
배송원
화요일 노선요. 거점에서 상자 열두 개 받아서 창구 일곱 군데 돌아요. 새벽 다섯 시에 받아서 아홉 시 전에 다 넣어요. 시간 어기면 안 되는 상자라서, 저는 화요일엔 시계를 두 개 차요.
—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배송원
구분 코드만 알아요. 보냉, 정기, 취급주의. 근데 무게로 알아요. 가벼워요. 이렇게 가벼운 게 이렇게 급한 건 약밖에 없어요. 알면서 모르는 거로 하고 다니는 거죠.
—
배송하며 드는 생각이 있습니까.
배송원
창구에 넣고 나올 때 줄을 지나가요. 줄 선 분들이 제 상자를 봐요. 쳐다보는 게 아니고, 확인하는 눈이에요. 왔구나, 하는 눈. 그 눈 때문에 화요일엔 늦을 수가 없어요. 눈이 열두 상자보다 무거워요.
0411
인터뷰
Day 594
증언대상 Day 594 11:00
—
좌판에서 보는 요즘을 여쭙겠습니다.
상인
손님이 거의 다 여자분이죠. 남자 손님이 오면, 옛날엔 저도 모르게 한 번 더 봤어요. 살아 계시네, 하고. 요즘은 안 그래요. 화요일 낀 주에 오시는 분들이니까, 아 창구 다녀오시는구나, 하고 말아요.
—
그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인
무덤덤해진 거죠. 무덤덤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신기해하는 눈이 제일 부담스러운 법이거든요. 저 좌판 앞에서는 다 그냥 손님이에요. 콩나물 사면 콩나물 손님. 그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거예요.
—
그분들이 무엇을 사 가십니까.
상인
별거 없어요. 두부, 콩나물, 계란 있으면 계란. 혼자 사시는 분들 찬거리예요. 가끔 젊은 분이 미역을 사 가요. 누구 생일인가 보다 하죠. 생일이 있다는 게 좋잖아요. 앞으로 올 날짜가 있다는 거니까.
0412
개인 음성기록
Day 597 21:00
(녹음 시작. 실외. 바람)
윤재경
언덕에서 공단을 본다. 불이 켜져 있다. 야간 반이 돌리고 있는 불이다. 사진 한 장.
윤재경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것. 지켜지고 있는 약속 세 개. 명단의 약. 종료 조건 없는 칸. 화요일의 열두 상자.
윤재경
약속이 지켜지는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도리라서, 그리고 계산이라서. 받는 쪽에서는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적어 둔다.
윤재경
불빛을 조금 더 보다가 내려간다.
(녹음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