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20356
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22

자료 03560373

0356

별표 지정 의약품 배분 조정 공고
Day 424 09:00
별표 지정 의약품 배분 조정 공고
1. 별표 지정 의약품은 중앙배분을 유지한다. 2. 공급 사정에 따라 하위 구간의 배분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3. 최상위 구간 배정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4. 배정 구간 변동이 있는 수신자에게는 개별 통지한다.

0357

개인 음성기록
Day 425 22:10
(녹음 시작. 실내. 멀리 물 떨어지는 소리)
윤재경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하루 종일 났다. 겨울이 끝나는 소리다. 아침에 사진을 찍어 뒀다. 고드름이 반쯤 남았다. 내일이면 없을 것이다. 없어지는 걸 알면서 찍는 사진이 있고, 없어질 줄 모르고 찍는 사진이 있다. 오늘 것은 앞의 것이다.
윤재경
문자 두 통. 근무 조가 바뀌어서 밤낮이 바뀌었다고. 낮에 자려니까 잠이 안 온다고. 감기 걸리지 말라고 답했다.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 감기 얘기를 제일 많이 한다. 안 되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되는 얘기만 한다. 그쪽은 늘 그랬다.
윤재경
낮에는 통합 보존고 후속 취재 자료를 정리했다. 지난달 이송에서 못 옮긴 한 곳이 마음에 걸린다. 사유 칸이 빈 대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빈 칸은 질문지가 된다. 다음 주 인터뷰에 그 질문을 넣었다.
윤재경
넣고 나서 순서를 바꿨다. 빈 칸 질문은 마지막에 하는 게 맞다. 앞에 하면 그 뒤의 대답들이 다 변명이 된다. 순서를 정하는 것까지가 질문이다.
윤재경
저녁에는 흰밥에 김, 무나물.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요즘 입맛이 좋다. 입맛이 좋다는 것도 기록해 둘 일이다. 나중에 이 시절 밥상이 궁금해질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윤재경
옆집에서 된장 끓이는 냄새가 넘어왔다. 담 너머로 냄새가 다니는 계절이 다시 왔다. 겨울에는 냄새도 문을 닫는다.
윤재경
자료 정리하다가 작년 이맘때 것을 봤다. 첫봄의 기록들. 그때는 봄이 오는 게 이상했다. 이런 해에도 봄이 오나 싶었다. 올해는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지 않게 된 것을 적어 둔다. 그게 두 번째 봄이 하는 일이다.
윤재경
화요일 인터뷰 가는 길을 미리 봐 뒀다. 버스가 없어서 자전거로 한 시간. 봄이라 다행이다. 겨울이었으면 새벽에 나서야 했을 길이다.
윤재경
오늘 세운 계획은 여기까지. 계획을 세우는 저녁은 좋은 저녁이다. 계획이 있다는 건 다음 주가 있다는 뜻이니까.
윤재경
다음 주에 인터뷰 세 건. 보존망 쪽 두 건, 농촌 쪽 한 건. 질문지를 반쯤 만들었다. 질문지를 만들 때는 대답을 상상하면 안 된다. 상상한 대답 쪽으로 질문이 휜다. 그걸 알면서도 매번 상상한다.
윤재경
저녁에 낙숫물 소리를 세어 봤다. 일 분에 마흔 몇 번. 세다가 그만뒀다. 세지 않아도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윤재경
오늘은 여기까지.
(녹음 종료)
처마 끝 낙숫물. 고드름이 반쯤 녹았다.
집 앞 · Day 425

0358

중앙배분 순위 대장 · 발췌
Day 426 17:00
배분 순위 대장 (최상위 구간 발췌)
구간 1순번 001~014수령 예정 437일조정 제외 (공고 제3항)
구간 2순번 015~131수령 예정 440일주기 조정 (7일 → 10일)
구간 3순번 132~ 이하수령 예정 순차주기 조정 (10일 → 14일)
· 순번은 익명 관리. 명부는 별도 대장. 구간 간 이동은 재심사 절차에 따른다.

0359

배정 유지 통지 · 수신자 사본
Day 427 10:00
배정 유지 통지
수신: 준서 1. 귀하의 배정은 최상위 구간으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2. 다음 회차 도착 예정일: 432일. 3. 일정 변동 시 재통지합니다.

0360

제조 시설 출고 대장 · 발췌
Day 429 14:00
출고 대장 (발췌)
예정 출고428일 02:00
실제 출고429일 14:00
사유일정 조정
검수적합
봉인 확인정상
인계보냉 이송조 · 429일 14:40

0361

해상 운항 조정 안내
Day 430 09:00
해상 운항 조정 안내
1. 직항 축 운항 중단은 당분간 지속된다. 2. 해당 구간 화물은 남부 우회선 경유로 편성한다. 3. 경유 편성에 따라 소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4. 보냉·정온 화물은 경유지 체류 시간을 별도 관리한다. 5. 편성 문의는 관할 배차 창구로 한다.

0362

콜드체인 적재 대장
Day 431 08:30
적재 대장
적재 시각431일 08:30
적재 구분보냉 · 지정 의약품 외 7건 혼재
적재 온도정상 범위
점검 주기4시간
봉인 번호기재 정상
출항 예정431일 11:00
· 혼재 화물 명세는 별지.

0363

항만 인근 지역 게시판 · 저장본
Day 432 21:00
21:00
남쪽 우회선 쪽에서 사고 났다는 얘기 들으신 분 있나요. 낮부터 예인선이 두 척 내려갔습니다
21:09
저도 들었습니다. 어느 배인지는 모르고요
21:12
방파제에서 보면 남쪽 수평선에 불빛이 안 보입니다. 보통 이 시간엔 두엇 지나가는데요
21:15
무전 하시는 분이 그러는데 구조는 됐답니다. 사람은요
21:22
다행이네요. 배하고 짐은요
21:27
그건 모른답니다
21:33
예인선 내려가는 건 저도 봤습니다. 두 척이 같이 가는 건 오랜만입니다
21:40
확인 안 된 얘기 너무 돌리지 맙시다. 내일 공고 나오겠지요
21:48
맞는 말씀인데, 요즘은 공고보다 소문이 빠르니까요. 공고는 늘 하루 늦습니다
21:55
그 구간 지나는 짐들이 요즘 많다던데. 남쪽으로 도는 배들요
22:03
그것도 내일 공고 봅시다. 밤에 소문 키워 봐야 잠만 설칩니다
22:11
여기 배 타는 집들 많은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밤엔 다들 무전기 옆에서 잡니다. 소문 얘기 하시는 분들, 그것만 알아 주십시오
22:19
죄송합니다. 무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2:26
구조됐다는 말은 확실합니다. 그건 제가 들은 게 맞습니다. 넷 다요
22:31
고맙습니다. 그 말 믿고 자겠습니다
22:39
다들 주무십시오. 내일 공고 나오면 누가 여기 올려 주시고요
22:45
제가 올리겠습니다. 아침 열 시 공고니까 열 시 반엔 올라올 겁니다

0364

해상 구간 임시 폐쇄 공고
Day 433 10:00
남부 우회선 구간 임시 폐쇄
1. 남부 우회선 일부 구간을 임시 폐쇄한다. 2. 사유: 구간 내 사고 조사. 3. 폐쇄 구간 통과 예정 화물은 대기 또는 대체 편성으로 전환한다. 4. 재개 시점은 조사 종료 후 안내한다.

0365

배송 상태 대장
Day 434 18:00
배송 상태 대장
출고완료429일 14:00
보냉 이송완료430일 19:20
항만 적재완료431일 08:30
출항완료431일 11:05
해상 구간
접안
육상 최종구간
도착 확인
· 공란은 미확인 구간. 확인 시 시각을 기재한다.

0366

대체 편성 요청 대장
Day 435 11:00
대체 편성 요청
요청 접수435일 11:00
요청 구분지정 의약품 · 보냉
가용 여부현재 가용 없음
사유해당 구간 선박 재배치 중
다음 가용일443일
대기 순번7
비고접수 순 편성 · 우선 구분 없음

0367

시설 투여 일정 대장 · 발췌
Day 437 09:00
투여 일정 (발췌)
전회 투여430일실시
예정 투여일437일
실시
사유도착분 미수령
후속도착 시 즉시 실시 예정

0368

생활 게시판 · 저장본
Day 438 20:30
20:30
이번 주 도착 예정이던 물건이 지연 안내로 바뀌신 분들 계신가요. 저희는 재통지가 왔습니다. 남쪽 항로 사정이라고 합니다
20:34
급한 물건은 아닌데, 급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 글 올립니다
20:38
저희도요. 어머니 약입니다. 다음 주라는데 다음 주라는 말을 이번 달에 세 번째 듣습니다
20:46
항로 사정이랍니다. 항로 사정이라는 말이 요즘 제일 흔한 말이네요
20:55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정말로요
21:03
없더라고요. 저도 다 해 봤는데, 접수 순이랍니다. 접수 순
21:12
저희는 농기계 부품입니다. 파종 전에 와야 하는데 지연 안내가 두 번째입니다. 밭은 안 기다려 주는데요
21:20
병원 소모품 기다리는 사람도 여기 있습니다. 급한 건 아니라고 하는데, 급해지고 나서 오면 늦는 물건이라서요
21:29
다들 자기 물건이 제일 급하지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접수 순이 제일 공평한 걸 겁니다. 화는 나지만요
21:33
공평하다는 말하고 괜찮다는 말은 다른 말인데, 요즘 그 둘을 같은 말처럼 씁니다. 저부터요
21:37
접수 순이 공평한 건 맞는데, 급한 순이 아닌 게 문제지요. 그 둘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걸 요즘 배웁니다
21:46
지연 안내문 요즘 것들은 날짜가 아예 없습니다. 추후 안내. 그 네 글자가 제일 무섭습니다
21:55
저는 안내문을 모아 둡니다. 석 달치가 됐습니다.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보여 주려고요. 우리가 이렇게 기다렸다고요
22:04
저도 모아 둡니다.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종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22:12
다들 몸 상하지 않게 기다립시다. 기다리는 것도 체력입니다. 밭에서 배웠습니다
22:20
맞는 말씀입니다. 내일 또 하루 기다려 보지요
22:29
늦게 봤습니다. 저희는 지난달에 두 번 밀리고 이번에 왔습니다. 오긴 옵니다. 그 말씀 드리려고요
22:36
고맙습니다. 오긴 온다, 적어 두겠습니다
22:44
그 말이 맞습니다. 오긴 옵니다. 문제는 물건마다 기다려 주는 시간이 다르다는 거지요. 밭이 기다리는 시간, 몸이 기다리는 시간
22:51
그 얘긴 그만합시다. 다들 아는 얘기니까요. 주무십시오, 여러분
22:58
접수 순대로, 무사히들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러 갑니다
23:06
안내문 모으는 사람입니다. 오늘 것도 모았습니다. 언젠가 이 종이들이 다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면, 그날 태우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모읍니다

0369

개인 음성기록
Day 438 23:10
(녹음 시작. 실내)
윤재경
그저께 보낸 문자에 답이 없다. 어제 보낸 것에도. 밤낮이 바뀐 조라고 했으니까, 자는 시간이 다른 거다. 시차를 계산했다. 지금 거기는 밤 열한 시 십 분. 같은 시각이다. 같은 시각인 걸 알면서 시차를 계산하는 버릇이 있다.
윤재경
요즘은 다 늦는다. 배도 늦고, 답장도 늦고. 늦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이 시대의 기술이다. 나는 그 기술이 늘었다. 늘었다고 적어 둔다.
윤재경
낮에 게시판에서 지연 안내 얘기들을 읽었다. 다들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이 이렇게 흔한 시절엔 내 기다림도 흔한 것이 된다. 흔한 것은 무섭지 않다. 그렇게 정리했다.
윤재경
인터뷰 질문지를 마저 만들었다. 세 건. 다음 주 화요일부터. 첫 질문은 세 건 다 같다. 그날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 질문은 실패한 적이 없다. 무엇을 했는지는 누구나 기억한다. 무엇이었는지를 모를 뿐이다.
윤재경
자기 전에 한 통 더 보냈다. 바쁘면 답 안 해도 된다고. 보내 놓고, 답 안 해도 된다는 문자는 답을 바라는 문자라는 걸 알았다. 알면서 안 지웠다.
윤재경
낙숫물 소리가 그쳤다. 며칠 새 처마가 말랐다. 겨울이 완전히 갔다는 뜻이다. 내일은 이불을 널어야겠다.
(녹음 종료)

0370

해상 교신 채록 · 이관분
기록 Day 432 추정
수집 Day 439
00:04:50
파일 손상 · 복구 가능 00:00~01:58
(무선 잡음)
교신 1
…구조 요청. 위치 남부 우회선 (판독 불가) 마일. 기관 정지. 침수 진행.
교신 2
수신. 인원 몇 명인가.
교신 1
넷. 전원 갑판. 구명정 준비 중.
교신 2
예인선 두 척 출발했다. 위치 다시 불러라.
교신 1
(판독 불가) 마일. 반복한다. (판독 불가) 마일.
교신 2
수신. 삼십 분. 버텨라.
교신 1
수신. 기관실 포기했다. 전원 갑판 유지.
교신 2
알았다. 조명탄 있나.
교신 1
있다. 접근하면 쏜다.
교신 2
이십오 분. 응답 유지해라.
교신 1
유지한다. 넷 다 괜찮다. 춥다는 놈은 있다.
교신 2
담요 준비해 간다. 응답 유지.
교신 1
유지한다. (잡음)
(복구 구간 종료)

0371

시설 일지 · 이관 사본
Day 440 08:00
시설 일지 (발췌)
437일투여 예정일 경과 · 관찰 강화
439일상태 변화 기재
440일관찰 종료

0372

사망 통지 · 수신자 사본
Day 441 09:30
사망 통지
대상: 준서 일자: 440일 발신: 체류 시설 관리 계통 수신: 윤재경 1. 상기인의 사망을 통지합니다. 2. 후속 절차는 별지 안내에 따릅니다.

0373

수집 일정 대장 · 변경 기재
Day 444 09:00
수집 일정 (변경)
[예정되었던 세 건의 인터뷰가 11일 연기되었다.]
일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