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00320
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20

자료 03200337

0320

한파 대비 공고
Day 361 09:00
한파 대비 공고
한파 특보 발효 기준에 따라 다음을 시행한다. 1. 옥외 설비 보온 조치를 완료한다. 2. 취약 설비(급수 펌프·옥외 배관·계량기)를 우선 점검한다. 3. 새벽 기동 설비는 예열 절차를 준수한다.

0321

설비 정지 명단 · 주간
Day 364 18:00
설비 정지 명단
압축기 C-4권역 산소361일 05:40
펌프 P-11정수 2계통362일 06:10
펌프 P-3난방 순환362일 21:35
인버터 V-7배수장363일 14:00
펌프 P-19정수 1계통364일 05:55
제어기 K-2광산 권상364일 11:20
압축기 C-1산업가스364일 16:45
· 계 7기. 원인 칸: 베어링 4 · 씰 2 · 소자 1.

0322

인터뷰
Day 366
증언대상 Day 366 14:00
한파 속 설비를 여쭙겠습니다.
반장
새벽이 고비예요. 밤새 식은 놈을 새벽에 깨우는 게 제일 위험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겨울 새벽에 갑자기 뛰면 큰일 나듯이.
어떻게 대비하십니까.
반장
보온재를 둘러요. 모자라서 요즘은 폐이불도 써요. 기계에 이불 덮인 거 보면 웃긴데, 웃다가도 새벽에 걔가 한 번에 돌아주면 고맙고 그래요.
반장
이불은 이주 때 나온 것들이에요. 검수장에서 넘어온. 이불 임자들은 어디서 겨울을 나는지 모르겠는데, 이불은 여기서 펌프를 살리고 있어요. 세상이 그렇게 돌아요, 요즘은.
이번 주 정지 명단을 봤습니다.
반장
일곱이죠. 우리 관할이 둘이에요. 펌프 하나는 살릴 수 있어요. 베어링만 오면. 하나는… 하나는 부품이 이제 안 나와요. 그건 세워두는 거죠. 세워두고, 지나갈 때 한 번씩 보고.
세워둔 설비를 지나갈 때 한 번씩 보시는 이유를 여쭙겠습니다.
반장
글쎄요. 습관인가. 이십 년을 같이 일한 놈이라. 정지 명단에 이름 올라간 날, 명단 서식이 어디서 많이 본 서식이다 싶었는데.
5
반장
아닙니다. 다음 질문 하세요.

0323

한파 점검 대장
Day 368 18:00
한파 점검 대장
점검 개소84
조치 완료71
미조치13
· 미조치 사유: 자재 대기 11 · 접근 불가 2.

0324

절전 시행 공고
Day 370 09:00
동절기 절전 시행 공고
1. 20시 이후 상업 시설 간판 소등. 2. 공공시설 난방 목표 온도 조정. 3. 주거 난방은 제한하지 않는다.

0325

시민 생활정보 게시판 · 저장본
Day 372 21:00
21:00
계량기 얼었습니다. 사진처럼 됐으면 무리해서 녹이지 말고 신고부터 하세요. 저는 드라이기 썼다가 유리 깨졌습니다
21:07
미지근한 물수건이 정석입니다. 뜨거운 물 절대 금지고요
21:14
신고하면 얼마나 걸리나요
21:19
저는 반나절 만에 오셨습니다. 요즘 신고가 밀린다는데 생각보다 빨랐어요
21:26
수도 사업소 분들 요즘 하루 종일 도시던데요. 저희 골목만 오늘 세 집 다녀가셨습니다
21:33
저희 동은 지하 계량기라 괜찮은 줄 알았는데 옆 라인이 얼었답니다. 지하도 어나 봅니다
21:40
계량기함에 헌 옷 채우세요. 미리요. 어는 것보다 채우는 게 쌉니다
21:52
작년에 이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요. 올해는 시월에 채웠습니다. 배웠지요
22:07
다들 신고 전화 통화 연결이 좀 걸려도 화내지 마세요. 접수하시는 분이 한 분이랍니다
고드름 낀 수도 계량기함. 열린 뚜껑.
게시판 첨부 · Day 372

0326

최후 재고 대장
Day 375 18:00
최후 재고 대장
대형 메커니컬 씰0
대형 베어링2
범용 제어기1
· 출고 조건: 정비 우선순위 대장에 따름. 입고 예정: 미정.

0327

인터뷰
Day 377
증언대상 Day 377 14:00
그쪽 회랑의 겨울을 여쭙겠습니다.
정비사
우리는 큰 걸 세 개 부쉈어요. 재작년에 하나, 작년에 둘. 압축기 계열요.
어떻게 부서졌습니까.
정비사
순서를 몰랐어요. 겨울 기동 순서요. 매뉴얼대로 했는데 매뉴얼이 겨울을 몰랐던 거예요. 아는 사람들은… 그때 이미 없었고요.
첫 번째가 부서졌을 때를 여쭙겠습니다.
정비사
그때는 불량인 줄 알았어요. 기계 탓을 했지요. 두 번째 부서지고 나서야 우리 탓인가 했고. 기계는 두 번 같은 방식으로 안 죽어요. 같은 방식으로 두 번 죽으면 그건 기계가 아니라 사람 문제예요.
그 순서를 지금은 아십니까.
정비사
알아요. 우리가 이걸 배운 방식은 세 번 부수고 나서예요.
정비사
세 번요. 한 번 부수고 몰랐고, 두 번 부수고 짐작했고, 세 번째에 확실해졌어요. 수업료로 압축기 세 대. 비싸죠.
왜 미리 알 수 없었는지를 여쭙겠습니다.
8
정비사
그걸 저도 생각해요. 아무도 못 봤던 건지. 누가 알고도 말을 안 했던 건지. 아니면 물어볼 사람이 그때 이미 없었던 건지.
정비사
셋 중 뭔지 지금도 몰라요. 구분이 안 돼요. 결과가 똑같아서요. 셋 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지금은 그 순서를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정비사
벽에 적어놨어요. 크게. 그리고 매년 첫 한파 전날, 전원 모아서 소리 내서 읽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요. 유난이라는 거 알아요. 근데 우리는 세 대 값을 냈잖아요. 유난할 자격이 있어요.
그 순서를 다른 회랑에 전하셨습니까.
정비사
전했어요. 이관 문서로도 보내고, 사람이 갈 일 있으면 입으로도 전하고. 받는 쪽이 믿는지는 몰라요. 안 부숴본 데는 순서가 왜 중요한지 몰라요. 우리도 몰랐으니까.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정비사
여기는 아직 안 부순 것 같던데. 그럼 여기 어딘가에 아는 사람이 아직 있는 거예요. 있을 때 물어보세요. 그 말 하러 온 거예요, 사실은.

0328

운휴 기계실 · 상시 녹음
Day 379 10:20
(기계실. 구동음 없음)
120 · 바람 소리. 함석 우는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 간격을 두고)
90
(발소리. 손전등 스위치 소리)
순찰
(혼잣말, 작게) 이상 무. …이상이 없긴 뭐가 없어. 서 있는 게 이상인데.
(수첩에 적는 소리. 발소리 두어 걸음. 멈춤)
순찰
(혼잣말) …물받이나 갈아줘야겠다. 떨어지는 자리가 파이겠어.
(발소리 멀어짐)
200 · 물 떨어지는 소리

0329

개인 음성기록
Day 381 15:00
(녹음 시작. 실외. 바람)
윤재경
(작게) 운휴 야적장. 열다섯 시.
윤재경
방수포 덮인 것 열넷. 덮이지 않은 것 셋.
윤재경
방수포 끈이 바람에 운다. 열넷이 다 같이 우니까 소리가 크다.
윤재경
라벨을 읽는다. 압축기 C-4. 권역 산소. 지난주 명단에서 본 이름이다.
윤재경
야적장 구석에 새로 온 것 둘. 방수포가 아직 안 덮였다. 눈이 먼저 덮는 중이다.
윤재경
관리인이 방수포가 모자란다고 했다. 다음 주에 온다고 했다. 오는 것과 있는 것 — 적다가 만다.
6
윤재경
사진 한 장. 열넷이 다 들어가게.
(녹음 종료)
방수포 덮인 압축기들. 끈이 바람에 흔들린다.
운휴 설비 야적장 · Day 381

0330

급수펌프 고장 조사 기록 · 발췌
Day 384 18:00
고장 조사 기록 (발췌)
대상 설비급수펌프 (4호기 계통)
고장 구분케이싱 체결부 손상
경위동절기 기동 중 이상 진동 후 정지
진술 인용"반장이 순서를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바꿨는지는 모릅니다."
조사 결론원인 불명확. 재발 방지: 기동 절차 재검토.
[REFERENCED-MISSING] 언급 출처: 고장 조사 기록 · 원본 없음

0331

인터뷰
Day 386
증언대상 Day 386 14:00
조사 과정을 여쭙겠습니다.
정비공
기록이란 기록은 다 봤어요. 정비 일지, 인계 대장, 교육 영상까지요.
영상에서는 무엇을 보셨습니까.
정비공
그 반장님이 순서 얘기를 하는 데가 있긴 해요. 손으로 가리키면서요. 근데 가리킨 데가 화면 밖이에요. 화면 밖.
그 영상을 몇 번이나 보셨습니까.
정비공
조사 기간에… 스무 번은 봤을 거예요. 나중엔 소리를 끄고 봤어요. 손만 보려고요. 손이 세 번 움직여요. 가리키고, 가리키고, 뭔가를 돌리는 시늉을 하고. 그 세 번이 순서일 텐데, 뭘 가리키는지가 화면에 없어요.
화면 밖을 추정할 수는 없었습니까.
정비공
카메라가 섰던 자리는 알아냈어요. 문 옆요. 각도 계산해서 후보를 좁혔어요. 배관 아래쪽 어딘가. 후보가 셋이에요. 셋 중 뭔지는… 그건 그분만 알아요.
진술하신 분은 누구였습니까.
정비공
몰라요. 조사 서류에 진술만 남고 이름은 가려져 있었어요. 들었다고만 했지, 그분도 순서 자체는 모르더라고요.
정비공
들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요. 소문은 남고 내용은 없는 거예요. 지식이 그렇게 죽더라고요. 한 번에 안 죽고, 소문이 됐다가 죽어요.
순서를 아는 사람을 찾으셨습니까.
정비공
찾았으면 조사가 끝났겠지요.
5
정비공
끝이 안 나는 조사가 있어요. 서류상으로는 끝났어요. 원인 불명확. 그 넉 자가 끝이에요. 근데 정비하는 사람 입장에선 안 끝난 거예요. 모르는 채로 다음 겨울이 오는 거니까.
그 펌프는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정비공
고쳤어요. 케이싱 갈고, 체결은… 매뉴얼 순서로 다시 조였어요. 다른 순서를 모르니까 매뉴얼로 돌아간 거예요. 이상하죠. 매뉴얼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진술이 있는데, 우리가 돌아갈 데가 매뉴얼밖에 없어요.
재발 방지 항목의 기동 절차 재검토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정비공
계측 붙여서 이번 겨울 내내 지켜봐요. 진동, 온도, 소리. 바꾼 순서가 뭐였는지는 못 찾아도, 새 순서를 만들 수는 있으니까. 그분이 하신 걸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예요. 이십 년 걸린 걸 계측기로 몇 겨울에 할 수 있길 바라면서요.

0332

설비 정지 명단 · 주간
Day 388 18:00
설비 정지 명단
정지11기
압축기 1 · 펌프 4 · 베어링 축계 3 · 씰 2 · 제어기 1
· 비고: 부품 대기 8 · 수리 불가 판정 3. 수리 불가분은 운휴 야적장 이동.

0333

설비 운휴 안내
Day 390 09:00
설비 운휴 안내
다음 설비를 운휴한다. 1. 권역 산소 압축기 1기 — 대체 공급: 인접 회랑 융통. 2. 정수 2계통 — 대체 공급: 1계통 증량 운전. 3. 재가동 시점: 별도 안내.

0334

정비 우선순위 대장
Day 392 18:00
정비 우선순위 대장
순위 기준급수 > 난방 > 전력망 > 산업 > 기타
최후 재고 출고대형 베어링 1 → 정수 1계통 P-19
범용 제어기 1 → 난방 순환 P-3
· 잔여: 대형 베어링 1 · 씰 0 · 제어기 0.

0335

인터뷰
Day 394
증언대상 Day 394 14:00
올겨울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작년보다 나아요. 물 나오고, 배급 있고. 근데 무서운 게 하나 있는데, 소리예요.
어떤 소리입니까.
대상자
보일러 소리요. 작년 겨울엔 사람이 무서웠어요. 올해는 보일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 심장이 내려앉아요. 이게 서면 큰일이라는 걸 이제 아니까.
소리가 이상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대상자
옆집 불러요. 옆집 아저씨가 소리를 좀 알아요. 서로 봐줘요. 우리 라인 여섯 집이 보일러 소리 품앗이를 해요. 이런 품앗이가 생길 줄 몰랐지요.
그 아저씨는 어떤 분입니까.
대상자
원래 공장 다니시던 분이에요. 지금도 다니시고. 저녁에 퇴근하고 오시면 라인을 한 바퀴 돌아요. 문 앞에서 귀만 대보고 가요. 초인종도 안 눌러요. 이상 있으면 그때만 눌러요.
답례는 어떻게 하십니까.
대상자
김치요. 그리고 그 집 애 숙제를 우리 큰애가 봐줘요. 품앗이는 물레방아처럼 돌아야 오래가요. 어른들이 그러셨는데 맞는 말이에요.
대상자
그 아저씨가 그래요. 소리 봐주는 건 어렵지 않다고. 어려운 건 자기가 없을 때래요. 그래서 요즘 우리 큰애한테 소리를 가르쳐요. 열네 살짜리가 보일러 소리를 배워요.

0336

동파 대장
Day 396 18:00
동파 대장
동파9개소
복구6
대기3
· 대기 사유: 자재. 대기분 임시 조치: 인근 공동 수전 안내.

0337

개인 음성기록
Day 398 22:00
(녹음 시작. 실내. 창문 여는 소리)
윤재경
(작게) 눈. 첫눈은 아니고, 많이 오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윤재경
첫해 수첩을 꺼냈다. 삼백육십몇 일 전 오늘 자리를 폈다. 읽었다. 도로 덮었다.
윤재경
그때 글씨가 지금 글씨보다 크고, 그때 문장이 지금 문장보다 길다. 그것만 적는다.
윤재경
올해 수첩에 적는다. 눈. 조용함. 보일러 소리 정상.
7
윤재경
가로등이 하나 건너 하나만 켜져 있다. 절전 공고대로다. 눈 위에 불빛이 반씩 떨어진다.
윤재경
골목 끝 보일러 연통들이 김을 낸다. 세어 본다. 여섯 집 중 여섯. 다 돈다.
윤재경
사진 한 장. 창문에서.
(녹음 종료)
눈 내린 밤거리. 가로등 하나 건너 하나.
두 번째 겨울 · Day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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