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19
자료 0302 – 0319
0302
베어링 수급 대장
Day 316 18:00
베어링 수급 대장
| 입고 대기 | 102건 |
| 최장 대기 | 74일 |
| 금월 입고 | 11건 |
| 금월 소요 | 29건 |
· 규격 대체 검토 7건.
0303
인터뷰
Day 318
증언대상 Day 318 14:00
—
요즘 정비 일을 여쭙겠습니다.
정비공
반은 고치는 일이고 반은 기다리는 일이에요. 부품 기다리는 거요.
—
기다림의 순서는 어떻게 정해집니까.
정비공
대장이 정해요. 급한 놈부터. 근데 급한 놈이 자꾸 늘어서, 요즘은 급한 놈들끼리 또 순서를 매겨요. 급한 것의 급한 것. 이런 말이 생길 줄 몰랐어요.
—
기다리는 동안은 무엇을 하십니까.
정비공
예방 정비 돌아요. 조이고, 닦고, 소리 듣고. 옛날엔 고장 나면 갈았는데, 요즘은 안 나게 만드는 게 일이에요. 갈 게 없으니까.
—
그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비공
정비사다워졌달까요. 원래 정비가 이런 거였는지도 몰라요. 부품이 흔할 땐 우리가 교체공이었지, 정비공이 아니었어요.
—
걱정되는 설비가 있으십니까.
정비공
있죠. 근데 걱정 목록을 말하면 기사 나는 거 아니에요? (웃음) 농담이고. 큰 펌프들요. 걔들은 예방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어요. 언제까지냐고는 묻지 마세요. 그건 베어링한테 물어봐야 돼요.
—
예방 정비의 하루를 여쭙겠습니다.
정비공
아침에 청진봉 들고 한 바퀴 돌아요. 배관에 대고 들어요. 열두 군데. 다 듣는 데 두 시간. 옛날엔 센서가 하던 일인데, 센서가 반은 죽어서 귀가 다시 취직했어요.
정비공
청진봉 쓰는 법은 요즘 애들이 저한테 배워요. 저는 우리 사수한테 배웠고요. 그 양반이 그랬어요. 기계는 아프기 전에 먼저 말한다고. 삼십 년 전 얘긴데 요즘 매일 써먹어요.
—
귀와 센서 중 어느 쪽이 낫습니까.
정비공
센서는 숫자를 주고 귀는 느낌을 줘요. 숫자가 나아요, 당연히. 근데 느낌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고요. 지금은 느낌의 시대예요. 좋아서가 아니라 그거라도 있어서요.
0304
씰 재고 보고
Day 321 18:00
씰 재고 보고
| 재고 지수 | 61 | (기준 100) |
| 신품 비율 | 44% | |
| 재생 비율 | 56% | |
· 재생 2회차 사용분 표기 시작.
0305
적출 전환 대장
Day 324 18:00
부품 적출 전환 대장
| 전환 누계 | 12대 |
| 금월 전환 | 3대 |
| 전환 사유 칸 | 부품 확보 |
· 적출 부품 목록 별지.
0306
발주 지연 통지 양식 · 배포분
Day 327 09:00
발주 지연 통지 (양식 제7호)
품목: ( )
지연 사유: □ 재고 □ 운송 □ 생산 □ 기타 ( )
예상 입고일: ( ) 또는 □ 미정
※ 기타 선택 시 사유를 기재하십시오. 기재란이 부족하면 뒷면을 사용하십시오.
0307
센서 교체 지연 대장
Day 330 18:00
센서 교체 지연 대장
| 평균 지연 | 19일 |
| 수기 계측 병행 | 31개소 |
· 수기 계측 기록지 회수 주기: 일 1회.
0308
인터뷰
Day 333
증언대상 Day 333 14:00
—
운전석에 다시 앉으신 경위를 여쭙겠습니다.
운전원
이 광산이 원격이었어요. 사무실에서 화면 보고 돌리는 거였는데, 제어반 부품이 하나둘 결번이 나더니, 어느 날 유인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고요.
—
사람이 다시 필요해진 거군요.
운전원
사람이 필요해진 게 아니라 부품이 없어졌어요.
운전원
그게 달라요. 우리를 다시 부른 게 아니라, 기계를 돌릴 다른 방법이 없어진 거예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일은 일이니까.
—
운전석은 어떻습니까.
운전원
십 년 만인데 손이 기억해요. 이상하죠. 머리는 절차서를 다시 봤는데 손은 안 봐도 되더라고요.
—
원격 전환 때 그만두셨던 겁니까.
운전원
배차로 옮겼었어요. 화면 보는 일로. 그때는 운전이 없어지는 직업이라고들 했어요. 애들한테도 그렇게 말했고요. 이제 아들이 그래요. 아빠 직업이 다시 생겼네, 하고. 뭐라고 답할지 아직 못 정했어요.
운전원
생긴 게 아니라 돌아온 거고, 돌아온 이유가 좋은 이유가 아니니까요. 그걸 애한테 어떻게 말해요. 그냥 그러네, 했어요. 그러네, 가 제일 정확했어요.
—
원격 시절과 지금, 광산은 어느 쪽이 낫습니까.
운전원
광산한테 물어보면… 지금이래요. 기계 소리가 그래요. 사람이 타면 기계가 좀 살살 돌아요. 원격은 수치로만 돌리니까 기계를 끝까지 밀거든요. 사람은 소리 들으면서 봐주고요.
—
함께 운전석에 돌아온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운전원
나 같은 퇴역들 반, 새로 배운 사람들 반. 새로 배운 쪽에 여자분이 셋 있어요. 그중 한 분은 석 달 만에 야간 단독을 타요. 빠르죠. 빠를 수밖에 없고요.
—
빠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여쭙겠습니다.
운전원
천천히 배울 시간표가 없어요. 옛날엔 조수 이 년 하고 운전대 잡았는데, 지금 그 이 년이 어딨어요. 대신 옆에 꼭 태워요. 석 달을 타도 백 시간은 옆에서 본 거니까. 시간은 못 줘도 눈은 주는 거예요.
—
교육은 누가 합니까.
운전원
내가 해요. 십 년 전 지식으로요. (웃음) 근데 광산이 십 년 전으로 돌아가 있어서 얼추 맞아요. 세상이 뒤로 가서 내 지식이 다시 신품이 된 거예요. 웃긴 일이에요.
0309
윤활유 대체 기록
Day 336 18:00
윤활유 대체 기록
| 규격품 사용률 | 73% |
| 대체품 사용률 | 27% |
· 대체품 점도 차이 비고: 동절기 가온 후 주입.
교체 주기 단축 적용 4개소.
0310
시민 생활정보 게시판 · 저장본
Day 338 21:00
21:00
저희 단지 펌프실 소리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엔 웅 하는 소리였는데 요즘은 조금 거칠어요. 사진은 펌프실 문입니다. 물론 문만 찍었습니다
21:07
저희 단지도요. 낮에는 모르겠는데 밤에 들으면 다릅니다
21:14
관리소에 물어봤더니 정상 범위라고 합니다. 점검도 했다고요
21:21
정상 범위라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신경 쓰여서 밤에 한 번씩 귀 기울이게 됩니다
21:33
소리에 예민해진 건 우리가 달라진 걸 수도 있습니다. 예전엔 펌프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잖아요
21:40
그러네요. 언제부터 우리가 펌프 소리를 알았을까요
21:52
옆 단지 사는 처제 말로는 거기는 소리가 그대로랍니다. 단지마다 다른가 봅니다
22:01
펌프 나이가 다르겠지요. 사람도 단지도 나이는 못 속이니까요
22:15
겨울 오기 전에 점검 한 번 더 해달라고 관리소에 적어냈습니다. 하신다고 합니다
22:27
점검 오시면 커피라도 드리세요. 요즘 점검 다니시는 분들이 하루에 열 군데씩 돈답니다

0311
발주 회신 · 수신자 사본
Day 341 10:00
발주 회신
품목: 대형 펌프용 메커니컬 씰 (규격 별첨)
재고 확인됨 (타 회랑).
운송 일정 미정.
0312
베어링 수급 대장
Day 344 18:00
베어링 수급 대장
| 입고 대기 | 148건 |
| 최장 대기 | 102일 |
| 금월 입고 | 6건 |
| 금월 소요 | 33건 |
· 규격 대체 검토 15건.
도시광산 회수분 적합 판정 4건 충당.
0313
인터뷰
Day 346
증언대상 Day 346 14:00
—
발주 업무의 요즘을 여쭙겠습니다.
담당
화면에 재고 있음이라고 떠요. 초록불로요. 근데 도착일 칸이 비어 있어요. 있음은 뜨는데 옴이 안 떠요.
—
있음과 옴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담당
우리끼리 그렇게 불러요. 있음 말고 옴을 확인하라고. 신입한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게 그거예요. 초록불 믿지 마라. 도착일 뜬 것만 믿어라.
—
그 구분은 언제부터 생겼습니까.
담당
정확히는 몰라요. 어느 달부턴가 초록불인데 안 오는 게 하나 생기고, 둘 생기고. 처음엔 오류인 줄 알고 문의를 넣었어요. 오류 아니래요. 재고는 실제로 있대요. 있는 위치가 문제일 뿐이지.
—
위치가 어디입니까.
담당
남회랑요, 대부분. 배로 두 번 갈아타야 오는 데. 물건 입장에선 지구 반대편이나 마찬가지예요.
—
그 간격은 왜 생깁니까.
담당
운송이죠. 배가, 트럭이, 슬롯이. 물건은 세계 어딘가에 있어요. 그건 진짜예요. 근데 어딘가에 있다는 거랑 이번 주에 여기 온다는 건 다른 얘기예요. 옛날엔 같은 얘기였어요. 그게 옛날이고요.
—
화가 나실 때는 없습니까.
담당
나죠. 근데 화를 어디다 내요. 화면한테요? 화면은 거짓말 안 했어요. 있긴 있으니까.
—
도착일이 뜨면 어떻게 하십니까.
담당
프린트해요. 종이로 뽑아서 벽에 붙여요. 도착일 뜬 것만 붙이는 벽이 있어요. 우리끼리 오는 벽이라고 불러요. 오는 벽이 요즘 좀 헐렁해요. 그건 적지 마세요. …아니다, 적으세요. 헐렁한 것도 사실이니까.
—
벽에서 떼는 날도 있습니까.
담당
있죠. 도착하면 떼요. 떼는 게 제일 좋은 일이에요. 지난주에 두 장 뗐어요. 두 장 떼는 날은 사무실에서 커피를 새로 내려요. 우리끼리의 행사예요.
0314
오버홀 예정표
Day 349 18:00
오버홀 예정표
| 도래 | 26건 |
| 착수 가능 | 7건 |
| 연기 | 19건 |
| 연기 사유 칸 | 부품 대기 17 · 인력 2 |
· 연기분 차기 반영.
0315
광산 유인 운전실 · 상시 녹음
Day 351 10:20
(운전실. 저주파 구동음. 레버 소리)
운전원 1
(무전) 삼갱 이상 무. 적재 반 찼다.
무전
수신. 속도 그대로.
(레버 소리. 수기 기록지 넘기는 소리)
운전원 1
(혼잣말) 열 시 이십 분. 진동 보통. 온도… 보통. 소리 좋음. 좋음이라고 쓰는 칸은 없는데, 여백에 쓴다.
(연필 소리)
40초 · 구동음
(콧노래 몇 소절. 구동음에 섞임)
운전원 1
(혼잣말) …아직 안 잊어버렸네, 이 노래도.
25초 · 구동음
운전원 1
(무전) 삼갱, 적재 완료. 올린다.
무전
수신. 아, 그리고 오후에 신입 한 명 붙는다. 옆에 태워라.
운전원 1
(무전) 수신. 자리 치워 놓을게.
(구동음 높아짐)
0316
씰 재고 보고
Day 353 18:00
씰 재고 보고
| 재고 지수 | 40 | (기준 100) |
| 신품 비율 | 28% | |
| 재생 비율 | 72% | |
· 재생 3회차 사용분 표기 시작.
0317
인터뷰
Day 355
증언대상 Day 355 14:00
—
창고의 요즘을 여쭙겠습니다.
관리인
빈 선반이 늘어요. 큰 것부터 비어요. 큰 부품이 먼저 나가고 늦게 들어오니까요. 작은 선반은 그럭저럭 돌아요.
—
창고 일을 얼마나 하셨습니까.
관리인
여기서만 이 년요. 그 전엔 마트 물류였어요. 마트 물류랑 여기랑 같은 일인데 반대예요. 마트는 나가는 게 좋은 일이었는데, 여기는 나가면 걱정부터 해요. 이게 나가면 언제 다시 들어오나.
—
채워지는 쪽은 무엇입니까.
관리인
도시광산 입고분요. 회수품이 요즘 입고의 반이 넘어요. 라벨에 주소 달고 오는 애들요. 검사해서 쓸 만하면 선반에 올라가요.
—
빈 선반의 라벨은 어떻게 하십니까.
관리인
안 떼요.
—
이유를 여쭙겠습니다.
관리인
떼면 그 자리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라벨이 있으면 빈 거고, 없으면 없는 거고. 빈 거는 다시 차요. 없는 거는 못 차요. 그래서 안 떼요.
—
창고에서 가장 오래 빈 선반은 어디입니까.
관리인
대형 씰 칸요. 여덟 달째 비어 있어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라벨을 한 번 봐요. 인사하듯이.
관리인
지난주에 발주 담당이 와서 그 칸을 한참 보고 갔어요. 서로 아무 말 안 했어요. 할 말이 같으니까요.
—
회수품 검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관리인
닦고, 재고, 돌려보고. 합격이면 초록 딱지, 불합격이면 빨간 딱지. 빨간 딱지도 안 버려요. 부품의 부품으로 쓰니까. 요즘 창고엔 버리는 문이 없어요. 들어오는 문만 있어요.
0318
종합 재고 지수 월보
Day 357 18:00
종합 재고 지수 월보
| 베어링류 | 54 |
| 씰·개스킷 | 40 |
| 센서·계측 | 47 |
| 제어 부품 | 38 |
| 윤활·소모 | 62 |
| 전선·케이블 | 71 |
· 전 항목 전월 대비 하락.
요약: (공란)
0319
개인 음성기록
Day 358 22:00
(녹음 시작. 실내. 종이 정리 소리)
윤재경
(작게) 이달 이관분 정리. 열아홉 건.
윤재경
장부 아홉. 인터뷰 넷. 공고 둘. 나머지 넷.
윤재경
장부가 절반이 되는 달은 처음이다. 분류 표기에 적는다. 장부의 달.
5초
윤재경
아홉 부를 쌓아 놓고 사진 한 장.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다.
윤재경
지난겨울 이관분 상자를 열어 그달 장부를 세어 봤다. 열여섯 중 셋이었다. 그때는 공고의 달이었다. 무엇의 달인지가 달마다 바뀐다.
윤재경
요약 칸이 빈 장부가 아홉 중 여섯이다. 세어만 둔다.
윤재경
인터뷰 녹취를 다시 들으면 다들 목소리가 괜찮다. 장부만 나쁘다. 목소리와 장부 중에 어느 쪽이 먼저 맞는지, 그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다. 둘 다 이관한다.
(녹음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