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70272
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17

자료 02720283

0272

급수 정상화 안내
Day 214 09:00
급수 정상화 안내
금주부터 단수 예고제를 종료하고 상시 급수로 전환합니다. 1. 야간(01:00~05:00)에는 저수압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물차 급수는 종료합니다. 그동안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0273

인터뷰
Day 220
증언대상 Day 220 14:00
요즘 하루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아침에 물 틀면 물이 나와요. 이게 이제 안 신기해요. 두 달 전엔 물 나오는 시간 맞춰서 일어났거든요. 요즘은 그냥 일어나요.
그 외에 달라진 것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버스가 늘었지요. 시장이 열렸고. 지난주엔 국수를 사 먹었어요. 밖에서 뭘 사 먹은 게 얼마 만인지. 국물이 뜨거워서 혀를 데었는데 그것도 좋더라고요.
회복을 처음 체감하신 순간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순간이라. …빨래요. 세탁기를 오랜만에 돌렸는데, 다 돌고 나서 삐 소리가 났어요. 그 소리 듣고 그 자리에 앉았어요. 세탁기 끝나는 소리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는구나, 하고요.
물차 시절 얘기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물차 아저씨가 있었어요. 이틀에 한 번 오는. 그 아저씨 얼굴을 온 동네가 알았어요. 지금은 물차가 안 오니까 그 아저씨도 안 와요. 잘 지내시나 몰라.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 했네, 그러고 보니.
대상자
좋아지니까 없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차 아저씨, 배급소 아가씨. 좋아진 건데, 인사를 못 하고 없어져요.
걱정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상자
겨울요. 겨울이 또 오니까. 작년 겨울 생각하면… 아니다, 올해는 다르겠지요. 준비들을 했으니까.
6
대상자
기자님. 아니, 요즘은 기자라고 안 하나. 기록하시는 분.
네.
대상자
이제 제일 심한 건 지나간 거죠?
9
대상자
아, 대답 안 하셔도 돼요. 다들 대답을 안 하더라고요, 그 질문엔. 동사무소 직원도, 배급소 아가씨도. 대답을 안 하는 게 대답인가 싶다가도, 뭐, 물이 나오니까요. 물이 나오면 됐지요.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자주 가시는 곳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시장요. 국숫집. (웃음) 아까 말했네요.
대상자
하나 더 있어요. 저녁에 옥상요. 건너 단지에 불 들어오는 거 보러 올라가요. 불이 늘어요, 요즘. 세는 재미가 있어요.
몇 개나 늘었습니까.
대상자
지난달에 우리 라인 맞은편이 열둘이었는데 지금 열아홉이에요. 일곱 늘었죠. 일곱 집이 돌아온 거예요. 어디 갔다 왔는지는 몰라도, 왔으면 된 거지요.

0274

권역 정비소 주간 대장
Day 228 18:00
정비소 주간 대장
3172타이어 4본 교체 · 얼라인먼트
2054브레이크 패드 (재생품)
4417오일 · 필터 (재생품)
1130배선 점검
· 신품 출고 1 · 재생품 출고 6. 예약 대기 9일.
정비소 선반의 재생품 상자들. 손글씨 표기. 흐림.
취재 촬영 · Day 228

0275

통합 채널 정시 안내
Day 233 12:00
(정시 안내음)
안내
열두 시 안내입니다. 다음 주부터 광역 철도가 증편됩니다.
안내
오전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이십 분 간격, 낮 시간 사십 분 간격입니다.
안내
일부 열차에 좌석제가 다시 운영됩니다. 이상입니다.

0276

인터뷰
Day 238
증언대상 Day 238 14:00
교실의 지금을 여쭙겠습니다.
교사
스물셋이에요. 봄에는 열넷이었어요. 전학 온 아이들이 있고, 돌아온 아이들이 있고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교사
애들은 빨라요. 어른들보다 빨리 돌아와요. 급식 재개한 날, 잔반통이 텅 빈 거 보고 영양사 선생님이 우셨어요. 맛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남기질 않아요, 요즘 애들은.
수업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교사
진도가 문제예요. 아이마다 배운 데가 달라요. 집에서 아빠랑 공부한 애, 아무것도 못 한 애, 딴 지역 갔다 온 애. 그래서 오전엔 다 같이 하고 오후엔 나눠서 해요. 교사 둘이 반 하나를 봐요. 인력은 이상하게 넉넉해요.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이 많아서요.
돌아온 선생님들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교사
교육동요. 산업 교육 쪽에 차출됐던 분들이 절반은 돌아왔어요. 절반은 남았고요. 남은 분들은 이제 그쪽이 본업이 됐대요.
그림일기 얘기를 들었습니다.
교사
아, 그거요. 작년엔 그림이 다 트럭이었어요. 급수차, 배급 트럭, 버스. 요즘은 놀이터가 나와요. 생일 케이크도 나오고. 지난주엔 어떤 애가 국숫집을 그렸어요. 김이 나는 것까지요.
5
교사
하나만 덧붙이면, 아빠 그림이 줄었어요. 그건 작년부터 줄었는데, 요즘은… 요즘도 그래요.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알겠습니다. 다른 걸 여쭙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교사
급식요. 압도적으로요. 그다음이 체육. 운동장을 다시 쓰게 됐거든요. 한동안 운동장에 텃밭을 했었어요. 지금도 반은 텃밭이에요. 애들이 반쪽 운동장에서 뛰는데, 안 좁대요. 원래 이런 줄 아는 애들도 있고요.
텃밭은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교사
그대로 둬요. 배추가 잘돼요. 그리고… 언제 또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네요, 제가.

0277

시장 상가 재개 안내
Day 241 09:00
중앙시장 점포 재개 안내
금주 재개 점포를 안내합니다. 국수 · 분식 2개소, 반찬 3개소, 청과 2개소, 잡화 1개소, 수선 1개소 영업 시간은 점포별 게시에 따릅니다. 위생 점검을 완료하였습니다.

0278

인터뷰
Day 246
증언대상 Day 246 14:00
병동의 지금을 여쭙겠습니다.
실무자
조용해요. 좋은 뜻으로요. 반복 투여는 이제 외래처럼 돌아가요. 오는 분들이 오는 날 오고, 맞고, 가요. 응급이 없는 병동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요.
투여 대상자들은 어떻습니까.
실무자
서로 알아요, 이제. 대기실에서 바둑 두는 분들도 있어요. 처음엔 다들 눈도 안 마주쳤는데. 같은 요일에 오는 사람들끼리 계 모임 비슷한 것도 생겼다던데요.
만성질환 관리와 비슷해 보인다는 말씀이신가요.
실무자
겉으로는요. 당뇨 외래랑 다를 게 없어 보여요. 다른 건… 당뇨는 왜 관리하는지 다들 알잖아요. 여기는 관리가 잘되는데 이유를 모르는 채로 잘되는 거예요. 잘되니까 아무도 안 물어보게 됐고요.
응급실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한 줄로 말씀하신다면요.
실무자
한 줄로요? (한참 생각) 뛰다가, 걷다가, 이제 앉아서 하는 일이 됐어요. 앉아서 하는 간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앉아서 하는 간호는 어떻습니까.
실무자
편하고… 가끔 무서워요. 뛸 때는 무서울 틈이 없었거든요. 앉아 있으면 생각이 나요. 복도에 받던 시절 사람들이요. 그분들 이름이 아직 나와요, 밤에. 이름이 나오는 건 좋은 거예요. 잊는 것보다는.
그 이름들을 어디에 기록하신 적이 있습니까.
실무자
아니요. 명단은 병원 거고, 제 기억은 제 거예요. 그건 이관 안 해요.
새로 온 간호사들에게 물려주시는 것이 있습니까.
실무자
요령이지요. 침상 사이 지나갈 때 발소리 줄이는 법. 주사 놓기 전에 손 데우는 법. 손이 차면 환자가 놀라요. 그런 건 매뉴얼에 없어요. 응급 십오 년에서 남은 게 그거예요. 큰 기술은 병원이 가르치고, 저는 손 데우는 걸 가르쳐요.
그것도 기록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무자
(웃음) 기록하세요, 그럼. 손을 데워라. 끝. 한 줄이네요. 십오 년이 한 줄이에요.
5
실무자
아까 그 반장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네요, 제가. 인계 목록 한 장 반이라던. 아, 이건 딴 데서 들은 얘기예요. 지우세요.
…기록에는 남습니다. 지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자
그럼 두세요. 틀린 말도 아니니까.
7
선생님의 다음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실무자
책상에 통지가 하나 와 있어요. 재배치요. 병동이 안정돼서 인력을 조정한대요. 안정시켜 놨더니 조정이래요. (짧게 웃음) 칭찬으로 듣기로 했어요.
어디로 가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실무자
그건 다음에요. 세 시예요. 활력징후 돌 시간이에요. 마지막까지 이러네요, 제가.

0279

예비 부품 재고 대장 · 월간
Day 252 18:00
예비 부품 재고 대장 (월간)
재고 지수66(기준 100 · 전월 81)
부품 적출 전용 전환 누계9대
베어링 입고 대기102건
· 입고 예정: 미정. 적출 전환 추가 심사 3건 진행.

0280

시민 생활정보 게시판 · 저장본
Day 256 20:00
20:00
중앙시장 국숫집 다녀왔습니다. 삼십 분 줄 섰습니다. 사진 올립니다. 김 나는 것 좀 보세요
20:06
아 저기 국물이 진합니다. 저는 어제 갔습니다
20:11
줄 서는 게 이렇게 반가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줄이 있다는 건 가게가 있다는 거니까요
20:19
아이 데리고 갔더니 아이가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사장님이 곱빼기값 안 받으셨습니다
20:27
다음 주엔 반찬 가게 옆에 수선집도 연다네요. 구두 맡길 데가 생겼습니다
20:33
국숫집 사장님이 원래 그 자리에서 이십 년 하신 분이랍니다. 다시 여신 거래요. 솥도 그 솥이고요
20:40
오늘 처음으로 내일 뭐 먹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뭘 먹을 수 있을지가 아니라요. 이 차이를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20:52
압니다. 그 고민 오래 하세요. 저희 다요
저녁 시장 국숫집. 솥에서 오르는 김. 줄 선 사람들의 등.
게시판 첨부 · Day 256

0281

인터뷰
Day 260
증언대상 Day 260 15:00
다시 뵙습니다. 요즘의 루틴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수요일마다 가요. 이제 통지서도 안 봐요. 수요일이면 가는 거예요. 병원 가듯이. 아니, 병원이지 참. (웃음)
지난번엔 통지서를 모으고 계셨습니다.
대상자
모았지요. 클리어파일에. 요즘은 안 모아요. 열 몇 장까지 세다가, 어느 날 안 세게 되더라고요. 이가 아프면 치과 가잖아요. 치과 다녀온 영수증을 모으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유는 여전히 모르시는 거고요.
대상자
모르지요. 근데 덜 궁금해요.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사는 데는 편해요.
수요일 대기실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상자
바둑요? 제가 둬요. 상대는 발전소 다니는 양반인데, 저보다 세요. 지난주엔 병원에서 바둑판을 내놨어요. 우리가 하도 종이에 그려서 두니까. 간호사 선생님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진짜 바둑판을요.
대기실의 대화는 어떤 것입니까.
대상자
바둑 얘기, 밥 얘기. 약 얘기는 안 해요. 이상하죠. 같은 약 맞으러 온 사람들인데 약 얘기만 안 해요. 무슨 약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할 얘기가 없는 거예요. 모르는 건 얘기가 안 되잖아요.
6
대상자
하나 달라진 게 있긴 해요. 반에서 저를 대하는 게 달라졌어요. 뭐랄까, 조심해요. 무거운 걸 저한테 안 시켜요. 제가 제일 성한데요.
그 조심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대상자
처음엔 고마웠는데, 요즘은 좀 그래요. 아껴지는 기분이랄까. 사람이 아니라 뭐, 공구 같은 거요. 좋은 공구는 함부로 안 쓰잖아요.
그 말씀을 반 분들께 하신 적 있습니까.
대상자
아니요. 그 사람들이 잘해주려고 그러는 건데 뭐라고 해요. 그리고 솔직히… 저도 저를 좀 아껴요, 요즘은. 계단도 난간 잡고 다니고. 왜 그러는지 모르면서 그래요. 다들 그래요, 저한테. 저까지도요.

0282

정비 주기 조정 대장
Day 264 18:00
정비 주기 조정 대장
회전기기 점검 주기6주 → 9주
펌프 계열 점검 주기6주 → 9주
사유: 운영 효율화
시행: 금주
· 이전 조정: 4주 → 6주 (분기 전).

0283

개인 음성기록
Day 268 22:00
(녹음 시작. 실내)
윤재경
(작게) 주간 정리.
윤재경
이번 주 수집 두 건. 지난달 같은 주는 아홉 건이었다. 그 전 달은 열넷.
윤재경
수첩에 빈 날이 사흘 있다. 빈 날은 표시를 안 했더니 나중에 헷갈려서, 오늘부터 빈 날엔 줄을 긋기로 한다.
윤재경
줄을 긋고 보니 이상하다. 아무 일도 없던 날이 기록이 있는 날처럼 보인다. 그래도 긋기로 한다. 없던 것도 있던 것이니까.
4
윤재경
화요일에 시장에서 국수를 먹었다. 취재가 아니었다. 그냥 먹었다.
윤재경
보존소에서 서고 정리를 도왔다. 상자들이 요즘 천천히 온다. 정리할 시간이 생겼다.
윤재경
오래된 상자 하나를 열었다가 도로 닫았다. 초봄 것이었다. 정리는 다음에 하기로 했다.
윤재경
적을 게 없는 주간이다. 적을 게 없다고 적는다.
(녹음 종료)
일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