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40218
30개월 / THE LAST DEPENDENCY

PART 14

자료 02180235

0218

폐쇄 구역 지정 공고
Day 121 09:00
폐쇄 구역 지정 공고
다음 구역을 폐쇄 구역으로 지정한다. 폐쇄 구역 1: ○○1·2단지 및 연결 상가 폐쇄 구역 2: ○○선 이북 주거 지역 폐쇄 구역 3: ○○급수권 전역 1. 각 구역의 이주 일정은 별도 안내한다. 2. 잔류 사업장은 별표와 같다. 잔류 사업장 종사자의 주거는 사업장 내 지정한다.

0219

통합 채널 정시 안내
Day 121 12:00
(정시 안내음)
안내
열두 시 안내입니다. 폐쇄 구역이 지정되었습니다. 구역 목록을 읽어 드립니다.
안내
폐쇄 구역 일. 폐쇄 구역 이. 폐쇄 구역 삼. 상세 경계는 게시대 공고를 확인하십시오.
안내
이주 안내는 추후 별도로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0220

이주 실행 안내
Day 123 09:00
이주 실행 안내
1. 휴대 물품은 1인 40kg으로 한다. 2. 이동일에 검수장에서 무게를 확인한다. 초과분은 현장에서 인계한다. 3. 인계 물품은 보관하지 않는다. 4. 가구·가전 등 대형 물품은 휴대 물품에 포함하지 않는다. 5. 반려동물은 별도 안내에 따른다.

0221

시민 생활정보 게시판 · 저장본
Day 125 22:00
22:00
사십 킬로가 생각보다 없습니다. 이불 한 채에 사 킬로예요. 다들 뭐부터 빼셨나요
22:06
책부터 뺐습니다. 제일 무겁고, 제일 안 급해서요.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상하게 서운한 건 책이더라고요
22:13
앨범은 사진만 빼서 봉투에 넣으세요. 틀이 무겁습니다
22:20
저희 골목에 피아노가 나왔습니다. 누가 담요까지 덮어놨어요. 사진 올립니다
22:27
저 집 아이가 치던 겁니다. 저녁마다 들렸어요
22:35
항아리는 어떻게들 하시나요. 어머니가 장을 삼 년 치 담가놓으셨는데요
22:44
저희는 이웃 잔류 세대에 드렸습니다. 완성되면 소식이나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22:49
잔류 세대가 이웃에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22:54
…그럼 땅에 묻어두고 가는 집도 있답니다. 장은 몇 년 가니까요. 언제 와서 파낼지는 모르지만요
22:51
다들 저울 어디서 구하셨나요. 문구점 것은 삼십 킬로까지밖에 안 됩니다
22:56
목욕탕 체중계로 몸무게 빼기로 재세요. 안고 올라가서요
23:02
무게 재다가 알았는데, 저희 집에서 제일 무거운 게 문패였습니다. 돌이라서요. 그건 그냥 두고 가기로 했습니다
23:11
문패는 떼 가시는 게 어때요. 무거워도요
23:19
…떼서 재봤습니다. 삼 점 이 킬로. 넣겠습니다. 이불을 뺄게요
골목에 내놓인 피아노. 위에 덮인 담요가 반쯤 흘러내렸다.
게시판 첨부 · Day 125

0222

인터뷰
Day 128
증언대상 Day 128 14:00
짐 정리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사십 킬로 곱하기 넷이니까 백육십. 그렇게 계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애들 것 빼고 나면 어른 몫이 줄어요.
무엇이 제일 어려우셨습니까.
대상자
피아노요. 둘째가 쳐요. 오 년 됐어요.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대상자
두고 가요.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어요. 사십 킬로에 피아노가 들어갈 리가 없잖아요. 답이 정해져 있는데도 일주일을 못 정했어요.
대상자
이상하지요. 정할 게 없는데 못 정한다는 게. 그 일주일 동안 저희 부부가 정한 건 피아노가 아니라, 애한테 언제 말하느냐였어요.
6
대상자
애가 마지막으로 한 번 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저께 저녁에, 이사 전 마지막으로 쳤어요. 동네 사람 몇이 골목에 서서 들었어요. 아무도 뭐라고 안 하고 그냥 들었어요.
아이는 지금 어떻습니까.
대상자
괜찮아 보여요. 괜찮아 보이는 게 마음에 걸려요.
대상자
어제는 이삿짐 목록을 자기가 적겠다고 하더니, 연필로 꾹꾹 눌러서 적었어요. 크레파스, 문제집, 곰인형. 세 개 다 합쳐서 이 킬로도 안 돼요. 애들 짐이 제일 가벼워요. 그게 이상하게 미안해요.
피아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상자
거실에요. 제자리에요. 담요 덮어서 제자리에 두고 문 잠그고 나갈 거예요. 골목에 내놓는 건 못 하겠어요. 그건 버리는 거잖아요. 두고 가는 거랑 버리는 건 달라요.

0223

인터뷰
Day 130
증언대상 Day 130 11:00
구역 지정을 들으셨을 때부터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방송으로 들었어요. 폐쇄 구역 이. 우리 동네가 번호가 됐구나, 그 생각부터 했어요.
동네 규모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팔천이라고들 해요. 정확한 건 명부가 알겠고. 학교 둘, 시장 하나, 목욕탕 하나.
잔류 사업장에 대해 아시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대상자
밸브 공장요. 삼백 명. 우리 동네 사람도 여럿 다녔어요. 공장은 남고 사람은 가고. 다니던 사람들은 기숙사로 들어간대요.
대상자
팔천이 나가고 삼백이 남는 셈이 어떻게 나온 건지는 몰라요. 우리한테 물어본 사람은 없었고요. 셈은 위에서 하고, 짐은 우리가 싸고.
목욕탕 얘기를 하셨습니다.
대상자
아, 그 목욕탕이 물이 좋아요. 오십 년 됐어요. 주인 영감님이 잔류 신청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업장이 아니라서 안 된대요.
대상자
마지막 날 무료로 열었어요. 동네 사람 다 왔어요. 수건을 못 받아 갈까 봐 다들 자기 수건을 들고요. 그런 줄이었어요, 마지막 줄이.

0224

짐 검수 대장 · 1일차
Day 132 18:00
짐 검수 대장 (1일차)
검수 세대412
기준 내 통과289
현장 인계123
인계 품목책 상자 41 · 장롱(분해) 7 · 재봉틀 5 · 항아리 12 · 공구함 9 · 화분 22 · 기타 별지
· 재검수 요청 17건. 전량 재검수 후 통과. 인계 물품 적치장 이동 완료.

0225

이주 검수장 · 상시 녹음
Day 133 09:40
(실외 천막. 저울 삑 소리. 줄 선 발소리)
검수원
삼십팔 점 육. 통과요. 다음 분.
(가방 끄는 소리. 저울 소리)
검수원
사십 점 이. 이백 그램 빼세요.
목소리
이백 그램을 뭘 빼요.
검수원
뭐든요. 죄송합니다. 기준이라서요.
(지퍼 소리. 부스럭. 잠시 침묵)
목소리
…됐어요. 다시 달아주세요.
(저울 소리)
검수원
삼십구 점 팔. 통과요.
14 · 저울 소리 반복
검수원
(작게, 옆 검수원에게) 아까 그분 뭐 뺐어?
검수원 2
(작게) 못 봤어. 안 보는 게 나아.
(저울 소리. 다음 사람)
검수원
이십팔 점 삼. 통과요.
목소리 2
저기, 남는 무게에 남의 짐 실어줘도 되나요. 옆집 할머니가 십이 킬로밖에 안 되셔서.
검수원
세대 합산은 안 되고… (잠시 침묵) 할머님 가방에 넣어서 할머님이 드시면 돼요.
목소리 2
감사합니다.
검수원
제가 한 말 아닙니다. 규정 읽어드린 거예요.
(저울 소리 계속)

0226

수송 명부 · 최종 마감
Day 135 18:00
수송 명부 (최종)
이동 인원7,912
버스198대 (회차 운행)
화물 동반31대
의료 동행6대
잔류 (별지)306
· 미승차 3. 사유: 병원 이송 2 · 소재 확인 중 1. 전 차량 목적지 도착 보고 완료.

0227

시민 생활정보 게시판 · 저장본
Day 136 21:00
21:00
오늘 다리 위에서 버스 행렬을 봤습니다. 백 대는 넘어 보였습니다.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21:07
창문마다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는데, 손 흔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도 못 흔들었고요
21:15
검수장 앞을 지나왔습니다. 두고 간 물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사진 올립니다. 장롱이 저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21:23
화분이 제일 마음이 그렇네요. 다 산 것들인데요
21:31
몇 개는 잔류 공장 분들이 가져가셨답니다. 기숙사 창가에 둔다고요
21:39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 한참 있다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동네 쪽에서요. 데려간 집이 많다던데, 다는 아니었나 봅니다
21:46
잔류 공장 분들이 돌면서 살피기로 했답니다. 사료도 놓고요
21:52
저녁에 그 동네 쪽이 평소보다 어두웠습니다. 벌써요
검수장 밖에 줄지어 남은 물건들. 장롱, 상자, 화분.
게시판 첨부 · Day 136

0228

인터뷰
Day 138
증언대상 Day 138 15:00
이동일 이후의 출근길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기숙사에서 공장까지 걸어서 십이 분이에요. 원래 살던 집에서는 이십 분이었고요. 가까워졌는데, 더 멀게 느껴져요.
길에서 무엇이 보입니까.
대상자
아무도 없는 단지요. 창문이 다 어두워요. 첫날은 자꾸 쳐다보게 되더니, 이제 안 봐요. 보면 아는 집들이 나와서요.
공장은 어떻습니까.
대상자
공장은 똑같아요. 기계 소리 나고, 식당 밥 나오고. 문 밖만 달라졌어요. 안에 있을 때는 예전 같아서, 요즘은 잔업을 자원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기숙사 생활을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방은 둘이 써요. 조용해요. 다들 피곤해서 일찍 자요. 원래 회식하던 사람들인데 회식을 안 해요. 할 데도 없고, 하고 나면 돌아갈 데가 다 같은 건물이라 이상하고요.
대상자
창가에 화분을 하나 뒀어요. 검수장에서 가져온 거예요. 주인은 모르는데, 물은 제가 줘요. 이름표가 붙어 있었는데 떼지는 않았어요. 남의 이름인데, 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0229

목적지 수용 조정 공고
Day 140 09:00
수용 규모 조정 공고
이주 목적지의 급수 사정에 따라 수용 규모를 조정한다. 1. 조정 대상 세대는 개별 통지한다. 2. 대상 세대는 통지된 새 목적지로 이동한다. 3. 이동 지원은 종전과 같다.

0230

재이동 통지 · 수신자 사본
Day 141 09:00
이동 통지 수신: (세대주 성명 가림) 현 임시 거주: ○○ 3숙소 새 목적지: ○○ (회랑 남측) 이동일: Day 145 휴대 물품: 1인 40kg (종전과 같음) 지원 사항은 별지와 같다.

0231

인터뷰
Day 143
증언대상 Day 143 14:00
두 번째 통지를 받으셨습니다.
대상자
도착한 지 열흘 됐어요. 열흘. 짐도 다 안 풀었어요. 반은 풀고 반은 그대로 뒀는데, 안 푼 반이 맞았네요.
열흘 동안 어떠셨습니까.
대상자
물이 부족하다는 건 알았어요. 급수차가 이틀에 한 번 왔으니까. 그래도 다들 참았어요. 새로 온 데니까 그러려니 했지요. 참는 거랑 다시 나가는 거랑은 다른 얘기지만요.
통지를 받으셨을 때를 여쭙겠습니다.
대상자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했잖아요.
5
대상자
아니에요?
…통지문을 다시 읽어 드리겠습니다. 첫 통지문입니다. 이동일, 목적지, 휴대 물품 기준, 지원 사항. 두 번째 통지문입니다. 이동일, 새 목적지, 휴대 물품 기준, 지원 사항.
대상자
마지막이라는 말이 없네요.
…네. 없습니다.
대상자
그럼 우리가 어디서 들은 걸까요, 그 말을.
9
대상자
아무도 안 했는데 다들 들었다고 생각한 거네요. 듣고 싶었으니까.
이번 이동 준비는 어떠십니까.
대상자
빨라요. 짐이 그대로니까요. 풀었던 반만 다시 싸면 돼요.
대상자
이번에는 반도 안 풀 거예요. 세면도구만 꺼내고요. 그게 배운 거라면 배운 거네요.

0232

잔류 물품 처리 공고
Day 144 09:00
폐쇄 구역 잔류 물품 처리 공고
1. 폐쇄 구역 내 잔류 물품은 구역별로 일괄 목록화한다. 2. 목록화 이후의 처리는 별도 지침에 따른다. 3. 개인의 반입·반출은 금지한다.

0233

급전 조정 공고
Day 146 09:00
급전 조정 공고
폐쇄 구역의 급전을 다음과 같이 조정한다. 1. 폐쇄 구역 1·2: 보안등 및 잔류 사업장 회선만 유지. 2. 폐쇄 구역 3: 전 회선 급전 종료. 시각은 운영 대장에 따른다.

0234

급전 운영 대장
Day 147 22:00
급전 운영 대장 (발췌)
폐쇄 구역 322:00급전 종료
계통 이상없음
사고없음
재급전 예정일(공란)
· 종료 확인: 원격 계측. 현장 확인 생략.

0235

개인 음성기록
Day 148 21:30
(녹음 시작. 실외. 강바람)
윤재경
(작게) 강변. 스물한 시 반.
윤재경
다리 왼쪽. 불 켜진 창을 세다가 그만둔다. 많다.
윤재경
다리 오른쪽. 어제까지는 셀 게 있었다. 오늘은 검다. 보안등 몇 개가 점으로 남았다. 넷. 다섯. 여섯. 끝.
윤재경
공장 쪽만 네모나게 밝다. 창문 수를 센다. 스물둘. 스물둘이 삼백 명 몫의 불이다.
8
윤재경
어두운 쪽에서 불빛 하나가 움직인다. 차 전조등. 두 번 꺾이고 사라진다.
윤재경
사진 한 장. 삼각대 없이. 흔들렸을 거다.
윤재경
수첩에 적는다. 다리 오른쪽, 소등. 시각은 대장 참조.
윤재경
한 줄이다. 오늘 적을 건 그 한 줄이다.
(녹음 종료)
강 건너 야경. 왼쪽 절반은 불, 오른쪽 절반은 어둠.
강변에서 · Day 148
일러두기